파워 경찰? “기소청탁 판검사 대질… 경찰에 폭언 검사도 소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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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특권의식 용납않겠다”… 검찰-법원에 ‘원칙대응’

경찰이 나경원 전 의원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을 밝히기 위해 사건에 연루된 판검사 3명의 대질조사를 추진하기로 했다. 또 한 경찰 간부가 부당지휘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고소한 현직 검사에 대해선 고소 내용에 신빙성이 있을 경우 소환조사할 계획이다. 현직 판검사들이 경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전례가 거의 없어 경찰의 이 같은 대응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1990년대 중반까지 법무부령에 따라 검사와 검찰수사관 등 법무부 소속 공무원을 수사할 수 없었다. 이 규정이 폐지된 뒤에도 현직 판검사가 연루된 사건은 수사 도중 검찰이 나서는 경우가 많아 경찰 스스로 수사를 자제해왔다. 경찰이 판검사에 대해 대질조사까지 불사하겠다고 나선 것은 이런 관행을 타파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9일 “판검사의 특권의식을 더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국민 여론에 부응해 경찰도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하겠다는 뜻”이라며 “최근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사가 경찰 수사를 일방적으로 중단시킬 수 없게 된 것도 이런 방침을 세우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 김 판사 15일 출석 통보

서울지방경찰청은 기소청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 판사에게 15일까지 출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김 판사에게 전화로 소환 조사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해 출석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혐의가 있는데도 소환에 불응하면 체포영장을 신청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판사를 소환해 박은정 검사에게 기소청탁을 했는지, 나 전 의원 측이 지난해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과정에서 청탁 의혹을 부인하는 기자회견을 할 때 사실관계를 확인해줬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경찰은 박 검사와 그에게서 사건을 넘겨받은 최영운 검사에게도 질의서를 보내 13일까지 답변할 것을 요청한 상태다. 경찰은 그날까지 답변이 오지 않거나 기소청탁과 관련한 진술이 계속 엇갈리면 김 판사와 박 검사, 최 검사를 대질할 방침이다.

한편 주간동아가 단독 입수해 9일 공개한 박 검사의 경찰 진술서를 보면 김 판사가 전화로 기소를 청탁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다. 진술서에 따르면 김 판사는 “나경원 의원이 고소한 사건이 있는데, 노사모 회원인 것 같다. 말도 안 되는 허위사실로 인터넷에 글을 올려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사건을 빨리 기소해 달라. 기소만 해주면 내가 여기서…”라며 박 검사에게 기소를 부탁했다.

▶진술서 전문 참조: 주간동아가 입수한 박은정 검사 경찰진술서 全文


○ ‘경찰 폭언 검사’ 필요하면 소환

경찰 간부가 수사 중인 사건에 대한 부당지휘와 직권남용, 모욕 등의 혐의로 관할지청 검사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경찰청이 9일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밀양경찰서 정모 경위의 고소 내용이 사실과 부합한다고 판단되면 박모 검사를 피고소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기로 했다.

경찰은 정 경위를 불러 창원지검 밀양지청에 재직했던 박 검사가 사건을 의도적으로 축소하려 직권을 남용했는지, 이 과정에게 폭언이나 협박을 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8일 간부회의에서 이 사건을 거론하며 “검사나 판사라고 특별대우하지 말고 법 앞에 평등하게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앞서 정 경위는 박 검사가 폐기물처리업체 무단매립 사건을 지휘하는 과정에서 수사 축소를 종용하고 모욕과 협박을 했다며 올 1월 박 검사를 고소했다.

신광영 기자 ne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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