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 떠나는 ‘곽의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3월 8일 03시 00분


조례까지 고치며 2010년 영입했던 조신 공보관 사표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취임 뒤 개방형 직위로 임용한 조신 공보담당관(사진)이 계약기간(2년)을 약 8개월 앞두고 7일 사표를 냈다.

조 담당관은 한국일보 기자와 국정홍보처 홍보관리관 출신으로 서울시교육청이 처음으로 외부 공모를 통해 뽑은 공보담당관이다. 이를 위해 곽 교육감은 2010년 9월 ‘서울시교육청 행정기구 설치 조례 시행규칙’을 고쳤다. 공보담당관은 개방형 직위로 지방서기관 또는 4급 상당 지방계약직 공무원으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전까지 공보담당관은 지방서기관 중에서만 임용했다.

당시 시교육청은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언론정책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서울교육의 주요 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교육감의 강한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 담당관은 곽 교육감 측근으로 분류됐다. 그러나 지난해 곽 교육감이 후보자 매수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과정에서 그와 비서실의 관계는 원만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그나마 자기편이라고 생각했던 진보성향 언론에서조차 비판 기사가 쏟아지는 데 대해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게 조 담당관에 대한 서운함으로도 이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비서실에서 벌어지는 일을 조 담당관이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 담당관은 지난해 무상급식 주민투표(8월 24일) 이후 사직을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가 총선 출마를 준비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그러나 주민투표 이후 이틀 만에 곽 교육감의 후보자 매수 혐의가 불거지면서 시기를 늦춘 것으로 알려졌다.

조 담당관은 이날 “곽 교육감이 힘들 때라 죄송한 마음이 있지만 원래 하고자 했던 게 있어서 나가야 할 것 같다고 2주 전쯤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원래 더 빨리 나갈 계획이었지만 최근 교육감의 특혜인사가 언론에 잇따라 보도되면서 시기가 미뤄졌다는 것. 그는 야권의 정책연구소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시교육청은 그의 후임으로 내부 인사를 임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교육청 일각에서는 “측근 이탈이 시작되는 게 아니냐”고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한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임기 끝까지 갈 수 있다면 누가 나가겠는가”라며 “최근 특혜인사에 대해 비서진이 ‘이건 교육감이 짊어지고 가야 한다’고 말하는 등 곽 교육감이 오래 가지 않을 거라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곽 교육감이 무리해서 비서 승진과 확대를 추진한 건 자기 정책을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직위가 끝나기 전에 측근들에게 최대한 스펙을 만들어주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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