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고 3학년 홍석훈 군… 학교 ‘게임 짱’, 공부 짱이 되다

  • Array
  • 입력 2012년 3월 6일 03시 00분


코멘트

게임에서만 느끼던 성취감 진로결정 후 공부에서
고1 중간고사 수학 59.9점…2학년 2학기 인문계열 전교 1등!

《“아빠! 내가 학교에서 스타(스타크래프트 게임의 준말) 짱이야!”
서울고 3학년 홍석훈 군은 고1 때 59.9점이었던 수학점수를 평균 98점까지 끌어올리며 고2 2학기 중간고사에서 인문계열 전교 1등을 차지했다. 홍 군은 “게임에 빠졌을 때도 잔소리하지 않고 묵묵히 믿어주신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응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고 3학년 홍석훈 군은 고1 때 59.9점이었던 수학점수를 평균 98점까지 끌어올리며 고2 2학기 중간고사에서 인문계열 전교 1등을 차지했다. 홍 군은 “게임에 빠졌을 때도 잔소리하지 않고 묵묵히 믿어주신 조부모님과 부모님의 응원이 힘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고 3학년 홍석훈 군(18)은 중학 시절 자신이 온라인게임 스타크래프트의 실력자인 사실이 무엇보다 자랑스러웠다. 홍 군은 학교 수업을 마치면 대부분의 시간을 친구들과 게임을 하며 보냈다. 중2 때는 친구 10여 명과 게임모임을 만들었다. 프로게임대회 경기장을 찾아다니며 응원한 것만도 10여 차례. 프로게임단 ‘KT 롤스터’ 연습실을 찾아가 현직 프로게이머와 연습경기를 하기도 했다. “중학교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지만 주위에서 꿈을 물으면 ‘평범한 회사원’이라고 얘기했어요. 하지만 게임할 때는 친구 사이에서 최고라고 인정받으니까 정말 짜릿했죠. 공부할 때는 느낄 수 없는 기분이었어요.”》
○ 문제풀이 반복학습…수학·영어의 벽에 부닥치다


고교 진학 뒤에도 방과 후엔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농구를 하는 생활이 반복됐다. 고교에 입학하기 직전 겨울방학 때까지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게임을 즐기기도 했다.

그리고 고1 첫 중간고사. 홍 군은 수학 59.9점. 영어 87.7점을 받았다. 홍 군은 고1 중간고사 전까지 학원과제로 나오는 문제를 기계적으로 반복해 푸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하지만 고교 수학은 기본 개념을 응용한 문제가 많아 풀어낼 수가 없었다.

“부모님은 떨어진 성적에 대해 아무 말도 없으셨어요. 하지만 문득 ‘계속 이런 성적을 받으면 나는 앞으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정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뭐지’ 같은 생각이 머릿속을 맴돌았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이 들었어요.”

미래에 대한 위기감은 공부에 대한 절박함으로 이어졌다. 미래를 생각하니 게임은 더 이상 재미가 없었다.

○ 공부는 양보다 질!

홍 군은 자신의 공부방법을 돌아봤다. 하루 중에 학교와 학원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는 시간 외에는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엄청난 분량의 학원 숙제를 하기도 벅찼어요. 숙제를 다 하려면 정작 수학이나 영어문제를 풀지만 기본 원리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죠.”

그동안 다니던 대부분의 학원을 그만뒀다. 대신 학교에서 주5일간 매일 진행되는 방과후수업으로 수학, 영어 과목을 들으며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수학, 영어는 문제집 한 권을 연습장에 푼 뒤 틀린 문제 위주로 3번 이상 완벽히 이해될 때까지 반복해 풀며 공부했다.

공부시간을 늘리지는 않았지만 공부의 질을 높였다. 매일 오후 11시에 자고 오전 6시에 일어났지만 공부할 때는 집중력 있게 하려고 노력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질 때마다 학교 자율학습실과 학교 옆 사설독서실 등으로 장소를 옮기며 기분전환을 하는 방법이 도움이 됐다.

“예전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딴짓을 하며 시간을 보내도 공부 시간만 다 채우면 TV를 보거나 게임을 했어요. 매일 공부할 분량을 정하고 일찍 마치면 자유시간을 갖는 식으로 방법을 바꾸니 공부할 때 집중력이 더 좋아졌어요.”

홍 군은 진로를 찾기 위해 고1 여름방학부터 진로체험활동을 다녔다. 평소 교육방송(EBS)의 ‘지식채널e’같은 교양프로그램을 즐겨 보던 홍 군은 대학교수가 진행하는 7시간 정도의 심리학 특강을 듣고는 심리학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 미래에 대한 위기감이 공부 태도를 바꾼 시발점이었다면 새로 찾은 꿈은 공부를 계속하게 하는 추진력이 됐다.

“예전에는 안 풀리는 문제가 있으면 ‘이 문제는 안 나오겠지’라는 생각으로 그냥 넘어갔죠. 하지만 심리학과에 가겠다는 목표를 정하니 ‘무조건 다 풀어내겠다’는 간절함이 생겼어요.”

○ “학업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학생들 도울래요”

서서히 수학, 영어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1학년 1학기 평균은 수학 68점, 영어 87점이었지만 2학기 평균은 수학 85점, 영어 94점으로 올랐다. 결국 2학년 1학기에는 수학 96점, 영어 100점을 받았다. 전교 등수도 점점 오르더니 2학년 2학기 중간고사에서는 인문계열 전교 1등을 차지했다. 2학년 2학기 등급은 전 과목 1등급.

홍 군은 3학년이 되면서 자발적으로 자신의 스마트폰을 일반 휴대전화로 바꿨다. 공부를 하다가도 스마트폰으로 불필요한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메신저로 친구들과 이야기하게 돼 공부에 방해가 됐기 때문.

그는 학교 방과 후에 진행되는 단위학급 영재학교에서 ‘긍정 심리가 고등학생 성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를 주제로 소논문을 쓸 정도로 심리 상담 분야에 관심이 많다.

“학업 스트레스 때문에 힘들어하는 친구를 많이 봤어요. 저도 막상 전교 1등을 하고나니 마냥 좋을 줄 알았는데 ‘잘해야 된다’는 생각에 적잖이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심리학을 공부해서 학업 스트레스나 강박, 불안장애로 힘들어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글·사진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