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최태원 “철저 반성” 자세 낮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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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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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억 횡령혐의 첫 공판 “오해 풀고싶다” 혐의는 부인
구속 수감중 동생 최재원 사내 이사직 2개 사퇴

계열사 자금 600여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 오전 1심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계열사 자금 600여억 원을 빼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일 오전 1심 첫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청사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법원이 최근 대기업 오너 비리에 대해 연이어 중형을 선고하고 있는 가운데 횡령 혐의로 법정에 출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52)이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며 자세를 바짝 낮췄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계열사 자금 600여억 원을 펀드 출자금 명목 등으로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등)로 불구속 기소된 최태원 회장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된 최 회장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49) 등 4명에 대한 1심 첫 공판을 2일 오전 10시부터 1시간 반가량 진행했다.

최 회장은 재판이 끝나기 직전 진행된 피고인 모두발언에서 “제가 왜 이런 오해를 받을까 하는 데 대해 속으로 자괴감을 느낀다. 어쨌든 저의 경영상 관리소홀로 벌어진 일인 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히 반성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재판에 성실히 임해 오해를 풀고 싶다”며 혐의를 완곡하게 부인했다. 최 회장이 법정에 선 것은 분식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서울고법 항소심에서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2005년 6월 이후 처음이다.

과거에는 재벌 총수들이 재판정에서 혐의를 부인한 뒤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구한다”는 정도의 발언만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 회장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을 때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막상 재판이 시작되자 태도가 바뀐 것이다.

최 회장의 태도 변화는 법원이 같은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50)에게 2월 21일 4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데 이어 이 회장의 80대 모친인 이선애 전 태광그룹 상무(84)를 법정 구속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벌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사법 불신의 원인이 된다고 판단한 사법부가 최근 들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움직임을 보이자 최 회장이 태도를 바꾸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최 수석부회장은 이날 ㈜SK와 SK텔레콤 사내이사 자리를 내놓기로 했다. SK그룹은 “최 수석부회장 본인이 구속 수감돼 있는 상황을 고려해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내린 결정”이라고 밝혔다. 최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12월 29일부터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다.

최재원 수석 부회장
최재원 수석 부회장
최 수석부회장은 3년 임기가 만료되지 않은 SK네트웍스 사내이사의 사퇴 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SK그룹 측은 “최 수석부회장이 일시적으로 ㈜SK, SK텔레콤 사내이사를 내놓는 것으로 내년 주총에서 다시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규 기자 sunggyu@donga.com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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