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사 대표 로비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전북지방경찰청은 여행사 대표와 정치인, 공무원 등 1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전북경찰청 수사2계는 28일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뇌물공여 등)로 세계화원관광 여행사 대표 유모 씨(53)와 종업원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유 씨로부터 현금과 양주 등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로 김모 전 도의회 의장 등 2명과 전북도청 박모 과장을 포함한 공무원 9명 등 11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혐의가 가벼운 공무원 6명에 대해서는 소속 기관에 통보할 예정이다.
유 씨는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정치인과 공무원들에게 1억3000만 원 상당의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북도의회 의장을 지낸 김 씨는 2010년 12월 유 씨로부터 해외 골프여행 경비를 받는 등 13차례에 걸쳐 88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하고 유 씨의 사업 편의를 봐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는 유 씨 업체가 공무원과 지방의원들의 해외여행대행사로 선정될 수 있도록 담당공무원들에게 청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다른 정치인 김모 씨는 2009년 7월 해외여행 경비로 100만 원을 받는 등 4차례에 걸쳐 183만 원을 받았고, 도청 4급 공무원은 고급양주 등 12차례에 걸쳐 545만 원을 수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도교육청 과장 서모 씨는 고급 양주 등 11차례에 걸쳐 140만 원 상당의 금품을 받고 업체 선정 때 편의를 봐준 것으로 밝혀졌다. 입건된 공무원들의 기관별 소속을 보면 전북도청 5명, 도교육청 4명이며 이들 중 4급 이상이 7명이었다. 경찰은 100만 원 이상 대가성 뇌물이 입증되면 불구속 기준으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도 경찰청 관계자는 “여행업체 대표와 고위공무원들의 결탁이 관행화돼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면서 “이 여행사는 도의회의 최근 5년간 국내외 여행계약금 33억 원 가운데 40%가량을 수주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16일 유 씨의 명예훼손 혐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유 씨가 전현직 국회의원과 도의원, 전북도청 및 도교육청 공무원, 경찰 간부 등에게 선물과 현금을 건넨 내용과 명단이 담긴 자료를 확보했다. 이 자료에는 도내 정·관계 인사 400여 명의 이름과 날짜, 상품명 등이 적혀 있어 지역 사회에 파문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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