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경찰, 한국인 5명 납치… 몸값 2400만원 받고 풀어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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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수사한다며 권총 협박

한국인 관광객들이 필리핀에서 현지 경찰이 포함된 납치사기단에 붙잡혔다가 수천만 원을 내고 9시간여 만에 풀려났다.

충남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11∼14일 일정으로 필리핀 관광에 나선 성환체육회 회원 12명 중 4명과 한국인 가이드 최모 씨(33) 등 5명은 귀국 비행기를 타기 4시간 전인 14일 오전 10시경 숙소인 마닐라 다아아몬드호텔에서 나와 인근 쇼핑센터로 이동하다가 사복 차림의 권총을 든 괴한들에게 붙잡혔다. 이들은 대기하고 있던 9인승 밴에 이들 일행을 강제로 태운 뒤 인근 경찰서 부속 건물로 데려가 “우린 경찰인데 마리화나 소지 혐의로 체포한다”며 조사를 시작했다.

여기서 현지 한국인이라는 톰이라는 이름의 50대 남자가 개입해 “마리화나 소지로 붙잡히면 수년을 감옥에서 살게 된다. 어떤 식으로든 이를 풀어야 한다”며 몸값을 내고 해결할 것을 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톰은 붙잡힌 일행 중 1명과 나머지 일행들이 기다리는 호텔로 돌아와 피해자들이 풀려나게 하려면 3000만 원이 필요하다고 말한 뒤 돌아갔다. 일행은 전화를 받은 한국의 가족들이 600만 원씩 모두 2400만 원을 톰이 알려준 계좌로 송금한 뒤 이날 오후 7시경 풀려나 15일 귀국했다. 풀려난 김모 씨 등은 “괴한들이 우리 일행의 호주머니에 마리화나를 슬쩍 집어넣은 뒤 원래 가지고 있던 것을 찾은 것처럼 뒤집어 씌웠고, 수갑을 채우고 전화를 하지 못하게 억류했다”고 말했다.

천안서북경찰서는 같이 입국한 프리랜서 가이드 최 씨가 납치범들과 공모한 혐의가 짙다고 보고 체포하는 한편 체육회 일행이 납치된 곳이 경찰서임을 확인해 외교통상부를 통해 필리핀 경찰에 알렸다. 필리핀 경찰은 현재 톰과 납치를 주도한 필리핀 현지 경찰 10명을 납치 혐의로 수사 중이다.

천안=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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