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팔만대장경을 새긴 사적지 제259호 선원사(인천 강화군 선원면 지산리)에서는 조각 조형물이 아닌 살아 있는 십이지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 아닌 희귀 품종이나 장기를 지닌 것들이다. 고려시대 절터 발굴 작업 과정에서 수습된 유물을 전시하는 선원사 경내 박물관과 함께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이 절의 성원 주지스님이 ‘십이지 동물원’을 꾸미고 있다.
이곳의 명물로 떠오른 동물은 지난해 8월 한 신도가 기증한 중국 명견 ‘티베탄 마스티프’. 티베트 설산의 엄동설한에 사는 세계 최고의 맹견으로, ‘사자개’로도 알려져 있다. 목 주변에 수사자와 비슷한 갈기가 있고 몸무게가 80kg에 이르는 대형 맹견이다.
선원사에 있는 사자개는 각각 3년생인 수컷 ‘야당이’와 암컷 ‘야순이’. 신도 남병우 씨(60)가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도저히 키울 수 없어 야당이와 야순이를 이 절로 ‘출가’시켰다. 이들의 이름도 식당이 있는 경기 파주시 교하읍 야당리에서 따 온 것이다. 남 씨는 “야당이와 야순이는 티베트에서 마리당 7500만 원에 들여온 사자개 3마리에서 태어난 티베트 교포 2세”라며 “이들이 자손을 잘 번식해 절간 살림에 도움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야순이는 줄기세포 연구가인 황우석 박사가 복제한 수컷 사자개와 ‘합궁’에 성공해 최근 새끼 8마리를 순산했다.
황색 갈기가 멋지게 나 사자처럼 보이는 야당이는 중성화 수술을 했기 때문에 야순이와 결혼하지 못했던 것. 선원사는 현재 경기 포천시에서 산후조리를 하고 있는 야순이와 새끼들을 위해 새 거처를 마련해 놓았다.
이 절의 또 다른 명물은 목탁 치는 소 2마리다. 목을 치켜든 뒤 혀를 이용해 목탁 치는 소리를 내고 있어 ‘우(牛)보살’로 불린다. 방송에도 소개된 ‘우보살 1세’가 2010년 4월 구제역 회오리에 휩쓸려 도살 처분된 뒤 같은 해 11월 전남 담양군과 전북 정읍시에서 구한 ‘우보살 2세’를 들여왔다. 이들은 주로 먹이를 먹을 때 목탁 소리를 잘 내고 있으며 신도나 관광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절의 맞은편 500m 떨어진 논가의 연꽃밭 주변에도 특이한 동물이 살고 있다. 지난해 7월 경기 고양시 동국대 일산병원 동물농장에서 기르던 미니 암퇘지가 이 절에 기증됐다. 절에서 잘 먹여 살이 많이 찌는 바람에 짧은 다리가 더욱 돋보이고 있다.
연꽃밭 주변 동물농장에서는 꼬리가 긴 토종닭 한 쌍을 볼 수 있다. 최근 새끼 6마리를 부화했다. 성원 스님은 “예로부터 토종닭은 ‘장닭’이라고도 불렸는데, 이는 꼬리가 길어서 붙여진 이름 같다”며 “절에 있는 토종닭은 크기가 작으면서 꼬리 길이가 70cm가량 된다”고 소개했다.
이곳에는 또 애완용 토끼가 살고 있다. 절에선 다람쥐 6마리도 키워왔는데, 고양이의 습격을 받아 모두 사라졌다. 선원사는 앞으로 귀 달린 뱀이나 백사를 구하려고 한다. 또 조랑말, 양, 박제 호랑이 등 십이지신에서 빠진 동물들을 차근차근 절에 ‘입적’시킬 예정이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