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세 여자어린이, 혼자 내리다 뒷바퀴에 깔려 숨져… ‘통학버스 참변’ 언제까지…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7일 03시 00분


보육교사 동승 규정 안지켜… 3년새 1079건 사고

검은색 안경 너머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눈은 붉게 충혈됐다. 어머니는 “문 열어주고 확인만 했어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5일 오후 6시 50분경. 설 연휴가 끝나고 처음으로 학원에 간 딸 김모 양(7)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하던 강모 씨(36)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파트 단지 안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던 딸이 바퀴에 깔렸다는 것. 보도블록에 맺힌 핏자국과 피투성이가 된 딸의 얼굴을 보면서도 강 씨는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반나절 전 아빠 배웅을 받으며 피아노를 배우러 갔던 딸이었다.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딸은 이날 9시경 숨을 거뒀다.

어린이통학버스에 보육교사를 태워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것이 문제였다. 도로교통법은 13세 미만 어린이를 태운 통학버스는 △어린이통학버스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 뒤 △보육교사가 동승하거나 △운전자가 직접 차문을 열고 닫으며 승하차를 도와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규정을 잘 지키지 않다 보니 통학버스 관련 사고는 해마다 200∼4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한 해 10명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양이 혼자 차에서 내려 문을 닫은 뒤 그 자리에서 넘어진 것을 운전석에 있던 원장이 확인하지 못한 채 출발하면서 아이를 밟고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김 양의 어머니 강 씨는 “아이를 학원에 1년 넘게 보내는 동안 승하차를 도와주는 보육교사는 보지 못했다”며 “눈까지 왔는데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고 아이가 내린 것을 확인만 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박승헌 기자 hparks@donga.com  
한형직 인턴기자 서울대 국사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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