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색 안경 너머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눈은 붉게 충혈됐다. 어머니는 “문 열어주고 확인만 했어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5일 오후 6시 50분경. 설 연휴가 끝나고 처음으로 학원에 간 딸 김모 양(7)이 돌아오길 기다리며 저녁을 준비하던 강모 씨(36)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아파트 단지 안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던 딸이 바퀴에 깔렸다는 것. 보도블록에 맺힌 핏자국과 피투성이가 된 딸의 얼굴을 보면서도 강 씨는 현실이라고 믿을 수 없었다. 반나절 전 아빠 배웅을 받으며 피아노를 배우러 갔던 딸이었다. 구급차를 부르고 병원으로 옮겼지만 딸은 이날 9시경 숨을 거뒀다.
어린이통학버스에 보육교사를 태워야 한다는 규정을 무시한 것이 문제였다. 도로교통법은 13세 미만 어린이를 태운 통학버스는 △어린이통학버스로 관할 경찰서에 신고한 뒤 △보육교사가 동승하거나 △운전자가 직접 차문을 열고 닫으며 승하차를 도와주도록 돼 있다. 하지만 규정을 잘 지키지 않다 보니 통학버스 관련 사고는 해마다 200∼400여 건에 이르고 있다. 목숨을 잃는 경우도 한 해 10명이 넘는다.
경찰 관계자는 “김 양이 혼자 차에서 내려 문을 닫은 뒤 그 자리에서 넘어진 것을 운전석에 있던 원장이 확인하지 못한 채 출발하면서 아이를 밟고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김 양의 어머니 강 씨는 “아이를 학원에 1년 넘게 보내는 동안 승하차를 도와주는 보육교사는 보지 못했다”며 “눈까지 왔는데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고 아이가 내린 것을 확인만 했어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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