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장애인들의 설 음식 경연 ‘슈퍼스타 K-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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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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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여수 동백원 원생-교사-자원봉사자 함께 참가

동백원 원생들과 교사, 자원봉사자들이 설음식 경연대회인 ‘슈퍼스타 K-FOOD’에 참여하기 위해 시장을 보며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 동백원 제공
동백원 원생들과 교사, 자원봉사자들이 설음식 경연대회인 ‘슈퍼스타 K-FOOD’에 참여하기 위해 시장을 보며 승리의 V자를 그리고 있다. 동백원 제공
19일 오후 전남 여수시 소라면 관기리 장애인생활시설인 동백원 강당은 동백원과 가나원 원생들과 교사, 자원봉사자, 후원자들로 붐볐다. 원생 25명과 교사 8명, 자원봉사자 12명 등 45명이 8개 팀을 이뤄 설음식 경연대회를 열었기 때문이다. 동백원 측은 대회 명칭을 ‘슈퍼스타 K-FOOD’라고 불렀다.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박인용 군(8·지적장애 1급)과 동백원 교사 정용남 씨(48·여), 황병현 씨(28)는 ‘온고지신(溫故知新)’을 주제로 모둠전, 수제 떡갈비, 잡채 등을 요리했다. 허준 & 대장금 팀은 ‘동의보감 설 차림’이라는 주제로 쇠고기 말이 튀김과 잡채 등을 선보였다. 각 팀은 명절 분위기에 맞춰 모둠전을 공통으로 요리했고 잡채나 구절판, 연포탕 등 두 종류 음식을 자유롭게 정했다. 김종화 씨(48·지체장애 1급)는 “설날을 맞아 동백원 가족들과 함께 모둠전을 만들어 자원봉사자, 후원자들과 함께 나눠 먹을 수 있어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 씨 등은 기업은행으로부터 200만 원을 지원받아 9일부터 설맞이 요리 경진대회 출품작품을 논의했다. 일부에서는 ‘지적·자폐·뇌병변 중증 장애를 앓고 있는 원생들이 음식을 만들 수 있을까’라며 우려도 했다. 교사들에게 너무 과중한 업무를 맡기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도 나왔다. 그러나 원생들은 음식재료 선정부터 요리까지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항상 자원봉사자나 후원자, 교사들이 해주는 음식을 먹었지만 난생처음으로 직접 요리를 해보는 기회를 갖고 싶었던 것. 원생들은 요리 경진대회를 계기로 뭔가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까지 생긴 분위기였다. 동백원 정현주 교사는 “출품된 요리들은 ‘사랑에 빠진 삼겹살’이나 ‘야채들의 편안한 휴식’이라는 작품명에 걸맞을 정도로 기발한 것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1시간여 동안 진행된 경진대회가 끝난 뒤 요리는 동백원 식당으로 옮겨졌다. 평소 동백원 원생들을 돕던 자원봉사자나 후원자들에게 설음식을 선물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자원봉사자 손주미 씨(51·여)는 “동백원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설 명절을 맞아 좋다”며 “원생들이 직접 요리까지 해줘 더 맛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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