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아동보육시설 22곳 중 8곳 밴드-관악부 운영
음악활동 삶에 큰 힘… 악기 살 돈 모자라 유지 어려워
지난해 12월 22일 전남 화순군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 아동보육시설인 화순 자애원 원생 김모 군(18·고3)이 무대에 올라 유행가 ‘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것’을 열창했다.
김 군은 자애원 원생들로 구성된 밴드 ‘별 아이’를 대표해 제1회 화순청소년예술축제에 출전해 동상을 받았다. 같은 밴드 단원 4명이 출전해 공연을 하고 싶었지만 신시사이저 등 악기가 없어 포기했다.
아동·청소년 44명이 사는 자애원은 2010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을 받아 ‘별 아이’를 결성했다. 지난해에는 지원을 받지 못해 밴드를 어렵게 유지했다. 올해 다시 지원을 받게 됐지만 신시사이저 등 악기를 여전히 임차해 사용해야 한다. 자애원 관계자는 “밴드 운영 이후 아이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됐고 성적도 올랐다”며 “누군가 악기를 선물하면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밴드 등 후원자들이 아동보육시설 아동·청소년들의 음악 스승이 돼 희망을 선사하는 곳도 있다. 전남 여수시 삼혜원은 원생 24명이 참여하는 밴드 소리나래를 창단했다. 소리에 날개를 달다는 뜻인 소리나래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대학생까지 폭넓은 단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수 직장인 밴드 파파스 멤버들과 지역사회 독지가가 소리나래가 쓸 악기와 연습실, 음향장비를 기부했다. 파파스 멤버인 우종완 ㈜동양 대표는 10년 가까이 삼혜원을 지속적으로 후원해 원생들 사이에서는 ‘키다리 아저씨’로 불린다. 우 대표는 창단식에서 “삼혜원 아동들이 하고 싶은 음악과 공부를 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어른들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말했다. 우 대표 등 파파스 멤버들은 소리나래 단원들에게 악기 연주기법 등을 전수해 연말에 합동공연을 할 계획이다. 삼혜원 관계자는 “2008년부터 밴드 창단을 모색했으나 악기 구입비 등을 마련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며 “후원자들의 따뜻한 기부가 있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전남지역 아동보육시설 22곳 가운데 밴드나 관악부가 있는 곳은 7, 8곳 정도다. 대부분 시설이 원생들에게 삶의 활력소가 되는 밴드나 관악부 창단을 바라고 있지만 악기 마련이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남아동복지협회 관계자는 “밴드나 관악부 운영은 악기 마련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고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며 “아동보육시설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줄 수 있는 밴드나 관악부 후원자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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