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포천고 1학년 강미령 양(17·사진 오른쪽)은 자칭 ‘블로그 큐레이터’다. 그의 취미는 편지지를 만드는 것. 공부하며 짬짬이 인터넷 블로그에 자신이 만든 편지지 작품과 설명을 올린다. 언젠가는 자신의 이름을 건 수제 편지지 가게와 ‘편지지 박물관’을 운영하겠다는 꿈을 꾼다. 강 양이 최근 ‘신나는 공부’의 도움으로 큐레이터로 활동 중인 홍지윤 씨(37)를 만났다. 그는 아트비즈니스·아트마케팅 전문업체 ‘V&R ART’의 대표이기도 하다.》○ 큐레이터는 미대 출신? 자연계열 큐레이터도 OK!
“큐레이터는 ‘아무것도 그려지지 않은 하얀 종이를 채워 넣는 사람’이에요. 전시기획부터 출연작가, 작품, 장소 섭외뿐 아니라 비용관리까지 전시의 모든 것을 책임지며 빈 전시공간을 채워나가죠.”
큐레이터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전시회를 기획하고 작품을 구입, 수집,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한다. 학예사 또는 학예연구사라고도 불린다.
홍익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홍 씨는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예술기획을 공부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고2 때 신문을 보고 처음 알았다. 전시회를 기획하는 외국 작가의 모습을 보고 큐레이터의 삶을 동경하게 됐다. 이후 대기업 소속 큐레이터 생활을 거쳐 현재는 자신의 회사를 운영한다.
미대를 나오지 않아도 국가공인 학예사 자격증이나 관련 사설 자격증을 따면 큐레이터로 일할 수 있다. 홍 씨는 미술전공보다는 전시할 분야에 대한 전문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로마전’을 기획한다면 미술전공자보다 사학과를 나온 사람이 더 잘할 수도 있지 않겠어요? 자연계열 전공도 괜찮아요. 화학생명공학과를 나왔다면 화장품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화장품 회사와 함께 전시기획을 할 수도 있겠죠.” ○ 세상 모든 것이 큐레이터의 전시 주제!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일까. 창의적인 기획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뒷받침될 때 가능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려면 무엇보다 사회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전시회를 관람할 대중의 눈을 읽는 게 중요하다.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예능프로그램과 인기 아이돌도 알고 있어야 한다.
“아이돌그룹 열풍을 주제로 기획을 한다면 주제를 ‘소녀시대’로 정할 수도 있겠죠? 가수 이승철 씨부터 걸그룹 소녀시대까지를 포함해 10대부터 50대까지를 아우르는 전시회를 여는 것도 가능할 거예요.”
홍 씨는 큐레이터의 전망은 좋다고 말했다. 순수예술작품 전시를 주로 기획하던 과거와는 달리 전시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마케팅 수요가 늘면서 패션, 음악, 영화 등 문화산업에 관련된 모든 내용이 전시의 주제다.
“큐레이터에 관심이 있다면 미술관 자원봉사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어떤 직업인지 직접 느껴보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하는 공부에 집중하세요. 고교생활이 힘들다고 느껴져도 공부하는 과정에서 얻는 인내심도 큐레이터가 되는데 훌륭한 밑거름이 될 거예요.”
이태윤 기자 wolf@donga.com
※큐레이터 홍지윤 대표를 만나 인터뷰한 강미령 양은 고교생을 위한 국내 유일의 주간신문 ‘P·A·S·S’(사진)의 고교생 기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P·A·S·S 고교생 기자가 되면 영화감독, PD 등 전문가나 사회 저명인사, 인기 연예인을 직접 만나 인터뷰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4000명에 이르는 P·A·S·S 고교생 기자가 활동 중. P·A·S·S는 매주 월요일 전국 신청 고등학교에 무료 배포됩니다.
▶고교 구독신청 및 문의는 전화(02-362-5108) 또는 P·A·S·S 홈페이지(www.weeklypass.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