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딸 성폭행범 엄벌 해달라던 아버지, 다음날 ‘친딸 성폭행’ 중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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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감옥 가면 동생이…” 딸은 법정서 선처 호소
재판과정서 父범행 확인돼

자신의 딸을 성추행한 범인을 법정에서 강력 비난한 아버지가 다음 날 그 딸을 성폭행한 혐의로 법원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영훈)는 정신지체 3급인 친딸 이소현(가명·18세) 양을 수년간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모 씨(44)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0일 밝혔다. 재판장인 정 부장판사는 “중학생 때부터 딸을 성적 욕구 해소 대상으로 삼아 지속적으로 추행하고 간음해 엄중히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양이 처음 성폭행을 당한 것은 중학생 때. 아버지의 행동이 나쁘다는 생각은 했지만 정신지체가 심한 이 양은 이 사실을 쉽게 주변 지인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그러다 가출한 이 양은 2009년 5월 ‘숙식을 제공해준다’는 정모 씨(56) 집에 따라갔다가 강제로 성추행을 당했다. 이후 장애인쉼터와 집을 오가며 숙식하던 이 양은 집에 갈 때마다 성폭행을 당했다. 올해 5월 8일 장애인쉼터를 찾아온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왔다가 다음 날 여느 때처럼 또다시 성폭행을 당했다. 이 양은 이번에도 ‘아빠를 신고하면 남동생은 누가 돌보지’라며 고민했다. 하지만 결국 마음을 굳게 먹고 인근 경찰서를 찾았다.

하지만 재판에 회부된 아버지 이 씨는 범죄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특히 정신지체가 심한 이 양의 진술이 불분명해 범죄 혐의를 입증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이에 공판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김민아 검사는 이 양의 진술을 영상 녹화했다. 이 양은 영상 녹화에서 아버지의 성폭행 사실을 분명하게 밝혔다. 그러면서도 ‘혈육의 정’ 때문에 선처를 구했다. “아버지를 이번 한 번만 용서해 주고 싶어요. 안 그러면 남동생 정민(가명)이가 갈 곳이 없잖아요.”

법정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김 검사의 눈시울도 붉어졌다. 이를 지켜보던 재판부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호했다. 처벌 없이는 이 씨의 재범을 막을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재판부가 이 씨에게 중형을 선고하자 검찰은 정민 군에 대해 범죄 피해자 지원 의뢰를 요청했다.

이에 앞서 이 씨는 자신의 딸을 성추행하고 가출 소녀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정 씨에 대한 재판에선 엄벌을 호소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 재판은 공교롭게도 모두 정 부장판사가 재판장을 맡았다.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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