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왕’ 별명 섬마을 여고생 서울대 합격

  • Array
  • 입력 2011년 12월 12일 03시 00분


코멘트

전남 진도 조도고 김빛나양… 개교 이래 첫 서울대생“혼자 CNN뉴스 들으며 공부”

한 번 책상에 앉으면 엉덩이를 떼지 않고 공부에만 매진해 ‘의자왕’이라는 별명이 붙은 여고생이 전남 진도군 한 낙도에 첫 서울대 합격생 배출이라는 기쁨을 선사했다. ‘의자왕’은 올해 서울대 영어교육과 지역균형선발전형에 합격한 진도 조도고 3학년 김빛나 양(18·사진). 김 양이 다니는 조도고는 1학년 7명, 2학년 5명, 3학년 16명에 불과하다. 1981년 개교해 졸업생 1500명을 배출했으나 서울대 합격생은 없었다.

진도군 조도면은 진도에서도 차와 배로 1시간 더 가야 도착할 수 있다.상·하조도 등 35개 유인도 면적이 20km²로 주민이 3262명에 불과하다. 학원과 서점은 물론이고 변변한 문구점도 없다.

열악한 환경을 극복한 김 양의 성취 비결은 처음도, 끝도 노력이었다. 김 양은 매일 오전 7시 등교하면 식사 등 필요한 활동 이외에 엉덩이를 책상에서 떼지 않았다. 자정쯤 어머니가 1t트럭을 몰고 와 학교 앞에서 경적을 울리면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김 양은 교육방송(EBS) 시청시간에 홀로 일어나 큰 소리로 영어 대화를 따라했다. 체육대회나 체험학습이 끝난 뒤나 명절에도 혼자 학교에서 공부했다.

친구들은 집에 돌아가도 항상 뒤에서 지켜봐 주고 질문에 답해 준 조연주 교사(48·여)가 있어 든든했다고 한다. 조 교사는 지난해 4월부터 학생들에게 저녁밥까지 지어주고 있다. 그는 “빛나가 혼자 공부하는 것을 지켜볼 때 너무 마음이 아팠다”며 “무섭도록 집념이 강한 빛나에게 ‘의자왕’이라는 애칭을 지어줬다”고 말했다.

김 양이 초등학생이던 2002년 여름 영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결연을 맺은 서울 강남지역 한 초등학교 친구들이 셔츠에 적힌 영어를 읽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후 영어책을 사 보며 혼자 발음을 익혔고 시간이 흘러 EBS 강의나 CNN 뉴스를 들으며 영어를 배웠다.

사교육 의존도가 높은 영어(외국어) 영역이지만 단 한 문제만 틀리는 성과를 올렸다. 김 양은 “영어교사가 돼 소외계층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고 교육행정가도 되고 싶다”며 맑게 웃었다.

진도=이형주 기자 peneye0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