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만원으로 우리 결혼(식 놀이)해요”… 만혼 풍조속 뜨는 ‘결혼식 놀이’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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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친구는 없지만 30세 되기 전에 드레스를 입고 싶었다”는 공현경 씨(왼쪽)가 신랑도, 주례도 없는 ‘나홀로 웨딩’을 하며 친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실제 결혼하지 않고 결혼 기분만 내는 ‘결혼식 놀이’가 상품으로 등장했다(오른쪽). 공현경 씨·미니웨딩 제공
“남자친구는 없지만 30세 되기 전에 드레스를 입고 싶었다”는 공현경 씨(왼쪽)가 신랑도, 주례도 없는 ‘나홀로 웨딩’을 하며 친구들과 기념촬영을 했다. 실제 결혼하지 않고 결혼 기분만 내는 ‘결혼식 놀이’가 상품으로 등장했다(오른쪽). 공현경 씨·미니웨딩 제공
레스토랑 매니저 공현경 씨(29)는 4일 웨딩드레스를 입었다. 메이크업과 헤어스타일링까지 완벽하게 마친 공 씨는 ‘진짜 신부’ 같았다. 하지만 신랑도, 부모님도, 주례선생님도 없는 ‘나홀로 웨딩’이었다. 친구 2명과 공 씨의 여동생이 공 씨를 축하했다. 이들은 2시간 남짓 먹고 마시며 파티를 즐겼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스튜디오 ‘미니웨딩’에서 가진 가상 결혼식에서다.

공 씨는 20대의 마지막 달에 웨딩드레스와 함께한 추억을 갖게 돼 즐거웠다. 현재 남자친구가 없는 그는 “30대가 되기 전에 웨딩드레스를 입고 사진을 찍고 싶었다”며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지 않기 때문에 쓸쓸한 기분은 별로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결혼연령은 남성 31.8세, 여성 28.9세였다. 10년 전에 비하면 결혼 연령이 남성은 2.5세, 여성은 2.4세 늦어졌다.

결혼이 늦어지고 결혼에 대한 생각이 자유로워지면서 ‘결혼식 놀이’가 등장했다. 만난 지 100일 혹은 1주년이 됐을 때나 20대의 마지막을 기념하기 위한 일종의 이벤트로 가상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식을 올리지 않고 커플들이 예복을 입고 사진 촬영만 하는 이벤트는 1년 전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번엔 아예 가상으로 예식을 올리는 상품까지 등장한 것이다.

‘결혼식 놀이’를 고안한 구성완 미니웨딩 대표는 “흔히 미혼 커플들은 기념일에 나이트클럽 등에 가서 50만∼60만 원씩 쓰기도 한다”며 “그렇게 의미 없이 시간과 돈을 쓰느니 가상 결혼을 통해 추억을 남기게 해보자는 취지에서 상품을 생각해 냈다”고 말했다.

회사원 양혜윤 씨(26)도 지난달 초 한 살 많은 남자친구와 가상 결혼식을 올렸다. 둘 다 직장인이지만 결혼할 생각은 아직 없다. 만난 지 1년 된 이들은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차려 입고 20명의 친구들 앞에서 혼인서약서를 읽었다. 친구들은 박수를 치고 꽃잎을 뿌려줬다. 양 씨는 “결혼은 30세쯤 할 생각”이라며 “미혼 생활을 좀 더 즐기고 싶다. 결혼은 경제적으로 안정된 후에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웨딩촬영전문 스튜디오 달빛스쿠터에는 지난달 20대 후반 커플이 찾아와 “아직 부모님 허락은 받지 않았지만 둘만의 추억을 남기고 싶다”며 웨딩 사진을 찍었다. 남혁철 달빛스튜디오 대표는 “현재 모습과 연애의 감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 하는 커플들이 종종 찾아온다”며 “이런 사람들은 롱드레스보다는 간소한 미니드레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고 캐주얼 복장으로 커플 사진을 찍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결혼식 놀이를 하는 데는 보통 40만∼60만 원이 든다. 일명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라 불리는 ‘3종 패키지’ 비용이다. 예복은 사진촬영 업체가 준비해 놓기도 하고 대여업체를 소개하기도 한다.

가상 결혼식이나 웨딩 촬영이 커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수도 있지만 자칫 두 사람을 얽매는 족쇄가 될 수도 있다는 충고도 나온다.

채규만 성신여대 심리학과 교수는 “혼전 동거를 해보고 결혼하면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혼전 동거하지 않은 커플보다 이혼율이 더 높았다”며 “가상 결혼식이라고 해도 실제 결혼에 도움이 된다는 보장이 없고, 헤어진 이후 사진 때문에 새로운 출발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으니 신중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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