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59 훈련기 추락 사고로 숨진 공군 조종사 박정수, 권성호 중령의 영결식에서 권 중령의 부인이자 전투기 조종사인 박지원 소령이 분향을 마친 뒤 아들을 안고 있다. 영결식은 7일 경북 예천군 제16전투비행단에서 엄수됐다. 공군 제공
“성호야. 네 전화번호를 눌러보고 송신음이 멈추기만을 간절히 기도했다. 아무리 불러도 대답 없는 너….”(변문철 공군 소령)
7일 오전 10시 경북 예천군 공군 16전투비행단 강당에서 열린 박정수, 권성호 중령의 영결식은 한 줌의 재가 된 고인의 영정과 유해가 식장에 들어오면서 시작됐다. 고인은 5일 T-59 고등훈련기 추락사고로 숨졌다. 1시간 동안 부대장(葬)으로 엄수된 영결식에서 유족, 동료, 공군 장병 등 600여 명은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사회자의 고인 약력 소개에 이어 단상에 올라간 이성우 16전투비행단장(준장)은 흐느끼며 조사를 읽었다. 이 단장은 “조국의 하늘을 지키겠다는 청운의 꿈을 다 펼치지 못한 채 떠났다. 너무나도 비통하다. 하늘에 살면서 하늘에 목숨 바친 그대들과 마지막 영결의 정을 나누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단장의 조사 낭독은 눈물로 여러 차례 중단됐다.
고인의 공군사관학교 동기생도 추도사에서 불귀의 객이 된 동기생을 기렸다.
고 박 중령의 동기생 정인식 소령(34)은 “16비행단을 가면서 후배 조종사를 양성할 수 있게 돼 기뻐하던 네 모습이 눈에 선하다. 한 가정의 남편이자 아버지인 네가 하늘의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이 원망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고 권 중령의 동기생 변문철 소령(33)도 “네 아들 서준이가 너를 닮아 올바르게 자라도록 옆에서 지켜보마. 영원이란 글자가 사그라지는 그날까지 공사 49기는 박지원 소령의 곁에 있을 것을 맹세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원 소령(33)은 전투기 조종사로 권 중령의 아내다.
박 소령은 이날 영결식 내내 의연한 모습을 보였지만 남편의 영정 앞에서는 끝내 울음을 참지 못했다. 박 소령은 영정 앞에 분향한 뒤 안고 있던 아들 서준 군(3)에게 “아빠는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 하늘에서도 우리를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날 어린이용 조종사복을 입고 참석한 고 박 중령의 큰딸 하윤 양(2)은 영정을 가리키며 아빠를 찾아 식장은 이내 울음바다로 변했다.
장송곡이 울려 퍼지며 참석자들의 헌화와 분향이 이어졌고 영결식장 곳곳에서는 흐느낌과 오열이 끊이지 않았다. 박종헌 공군참모총장은 영정에 헌화한 뒤 거수경례로 숨진 후배들을 보냈다. 고인의 유해는 조총 3발이 울린 뒤 묵념을 끝으로 공군의장대와 함께 행사장을 떠났고 이날 오후 3시 반 국립대전현충원 장교3묘역에 안장됐다. 앞서 공군은 고인들에게 소령에서 중령으로 1계급 특진을 추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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