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서울 관악구가 시범 운영한 원격 액상제설제 자동분사장치(원 안). 관악구는 태양열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한 뒤 문자메시지 전송만으로 액상제설제를 원격 분사할 수 있는 이 장치 13대를 올겨울 4개 노선에 설치해 운영할 계획이다. 관악구 제공
지난해 겨울 기습 한파와 폭설에 수도권 곳곳에서 피해가 속출했다. 벌써 강원 지역에는 30cm가 넘는 눈이 내려 대설경보가 발령되기도 했다. 겨울이 무르익으면 이런 폭설은 수도권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기상청은 올겨울 평균 기온이 평년(영하 3도∼영상 8도)보다 낮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예보된 적설량을 초과하는 기습 폭설이 잦을 것으로 예상돼 지방자치단체들은 피해를 막기 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모집하는가 하면 친환경 제설법과 원격으로 염수를 뿌릴 수 있는 제설장치 등 첨단 기술을 총동원했다. ○ 캐럴 틀고 트위터 아이디어를 현실로
서울시는 SNS로 시민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제설 대책에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시는 오픈채널(sns.seoul.go.kr)과 트위터(@seoulmania)로 의견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트위터에 올라온 ‘중고교생과 대학생이 제설작업에 참여하면 봉사증과 아르바이트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의견을 받아들여 시교육청과 협의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어 눈이 쌓인 곳을 신고하면 즉시 처리할 수 있는 서울시 SNS 제설 처리단을 만들어 달라’는 의견에 따라 실제 처리단을 운영하기로 했다.
서울 성동구는 올겨울 눈이 오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제설작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겨울철 동요를 행정차량으로 방송할 예정이다. 물론 주민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심야시간(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4시)에는 틀지 않는다. ○ 염화칼슘 줄이고 친환경 제설
성동구와 서대문구는 직접 친환경 제설차량을 개발하고 사용 준비를 마쳤다. 성동구가 개발한 제설차량은 올해 지식경제부 신기술로 인증받았다. 제설제 사용을 자제해 토양오염과 도로 파손을 크게 줄였다. 가로수와 화단의 식물이 말라 죽는 것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서대문구는 제설차량 디젤엔진을 전기모터로 개선해 소음과 매연을 줄였고 기존 철제 제설적재함을 투명 재질로 바꿔 10월 특허 출원을 했다. 관악구와 구로구도 염화칼슘 대신 친환경 액상 제설제를 사용해 차량 부식과 식물 고사 피해를 줄이기로 했다. ○ 첨단기술 앞에 녹아내리는 눈
인천 연수구는 지난해 폭설로 주요 도로에서 차량 통행이 어려워지는 등 민원이 발생하자 송도로터리∼송도전화국, 인천시립박물관길, 연수고가, 150고가 등 총 1km 구간에 자동 염수 살포 시스템을 설치했다. 3억 원을 들여 설치한 이 시스템은 스마트폰과 컴퓨터로 자동으로 제어되도록 설계됐다. 공무원이 현장에 나가지 않고도 폐쇄회로(CC)TV를 통해 도로 사정을 파악한 뒤 곧바로 염수를 살포할 수 있다. 연수구 관계자는 “국산장비인데 성능이 뛰어나 주요 언덕길 등 폭설에 따른 상습 민원 지역의 효과적인 제설작업에 제격”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인천대교와 다남교 등 경인아라뱃길 주요 교량에도 염수 살포 시스템을 갖췄다.
경기도도 자동 염수 살포 시스템 설치 구간을 지난해 7곳에서 올해 17곳으로 늘렸다. 또 도로에 열선을 깔아 눈을 바로 녹이는 히팅시스템 설치 구간도 7곳에서 10곳으로 확대했다. 시민들에게 재난 상황을 미리 알리고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통보시스템도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도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각 농가에 ‘알림-e’ 서비스를 실시한다. 특정 지역에 한파나 폭설이 예보되면 농민에게 미리 알리고 경고하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서비스다. 현재 농민 7만여 명이 가입돼 있으며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개별 가입(031-8008-4407)도 가능하다.
인천소방본부는 경인방송 iTVFM(90.7MHz)과 재난방송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재난이 발생하면 모든 정규방송을 중단하고 재난방송을 내보내기로 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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