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오른쪽)이 올해 8월 광주 서부경찰서 관내 편의점 특별순찰
계획에 대해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제공
“규제 행정에서 봉사 행정으로 경찰 행정의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여성 지휘관의 역할이 새롭게 조명 받은 것 같습니다. 여경의 롤모델이 된 만큼 기대에 어긋나지 않아야겠죠.”
현직 유일의 여성 지방경찰청장인 이금형 광주지방경찰청장이 23일 경찰 인사에서 치안감으로 승진했다. 경찰 역사상 첫 여성 치안감이다. 지금까지 경찰 중 여성으로서 가장 높은 보직에 올랐던 사람은 김인옥 전 제주지방경찰청장으로 당시 제주청장은 경무관급이었다.
이 청장은 충북 청주 출신으로 대성여상을 졸업한 뒤 1977년 순경 공채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경찰청 과학수사계장, 인천 서부경찰서 보안과장, 충북 진천경찰서장, 서울 마포경찰서장을 거친 뒤 2009년 경찰청 여성청소년과장 당시 여경으로는 두 번째로 경무관으로 승진했다. 이후 충북지방경찰청 차장, 경찰청 교통관리관과 생활안전국장을 거쳐 올해 5월 광주경찰청장 직무대리로 부임했다.
이 청장은 경감 승진 당시 승진시험에서 1등을 하는 등 경찰 내에서는 실력파로 꼽힌다. 2008년 비행청소년 연구로 동국대에서 박사학위를 따기도 했다. 이 청장은 “승진시험을 볼 때는 시간이 부족해 시험공부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를 틀어놓고 설거지와 다림질을 했었다”며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더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는 분들도 있다고 생각하고 버텼다”고 말했다.
후배 여경들에게는 “여경은 치안의 손길을 요구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뭘 필요로 하는지 아는 감각을 갖고 있다”며 “경찰 직무 특성상 어려운 점이 있겠지만 자신감을 갖고 일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 입문 이후 성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는 ‘여성·학교폭력 피해자 원스톱지원센터’를 만든 일을 꼽았다. 이 센터는 2005년 처음 개소해 현재 전국 19곳에서 여성과 학생들의 폭력 문제를 해결해주고 있다. 이 청장은 “2001년 경찰청 방범국 초대 여성정책실장으로 재직할 당시 초등학생 성폭행 피해자가 병원 측의 진료 거부로 4시간 동안 여러 병원을 전전한 사건을 접했던 것이 계기가 됐다”며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시스템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여경 창설 65년 만에 첫 치안감이 돼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그 동안 주로 생활안전, 교통 등 민생치안 분야에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서민과 사회적 약자를 돌보는 일을 실천하는 지휘관이 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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