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프로듀서가 꿈이라는 대전 동방여중 강성은 양. 교내 음향기기 앞에서 “꼭 꿈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대전 동방여중 3학년 강성은 양(14)은 1학년 때 공부에 아무 관심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졸진 않았지만, 선생님
말씀을 특별히 집중해 듣거나 필기에 열중하는 편도 아니었다. 수업이 끝나면 친구네 놀러가 온라인게임으로 시간을 보냈다. 집에
돌아오면 케이블TV 채널을 돌려가며 예능프로그램과 드라마를 섭렵했다. 컴퓨터를 켜고 친구들과 메신저로 대화하다 자정이 돼서야
잠들었다. 남다른 취미가 하나 있다면 음악. ‘2NE1’ ‘빅뱅’ 등 연예기획사 YG엔터테인먼트 소속 그룹들의 힙합음악을 특히
좋아했던 강 양은 내려받은 컴퓨터 작곡 프로그램을 이용해 간단한 멜로디를 직접 만들어보곤 했다.》
강 양의 중1 1학기 성적은 평균 83점. 전교 200명 중 80등 가량이었다. ‘양심상’ 시험 전날 교과서를 한 번씩 훑어본 덕인지 생각보다는 괜찮은 성적이었다. 하지만 반짝 행운은 오래 가지 않았다. 중1 2학기 성적은 평균 76점으로 뚝 떨어졌다.
2학년이 되자 교실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선생님들은 수업에서 “좋은 고등학교에 가려면 내신 성적을 잘 관리해야 한다. 중2 때부터의 내신이 반영되니 이제부터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별히 가고자하는 고등학교가 있었던 건 아니었지만 덩달아 긴장이 됐다. ‘그래, 이제 나도 공부 좀 해보는 거야!’
한 번에 생활태도를 싹 바꾸긴 어려웠다. ‘수업시간에 집중하기’, ‘시험기간 제대로 공부하기’를 소박한 목표로 세웠다. 처음으로 필기도 시작했다. 수업시간 선생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부분은 놓치지 않고 적으려고 노력했다.
시험 2주 전엔 친구들과 독서실도 처음 가봤다. 하지만 학교에서 점심시간마다 체육복 바지를 입고 친구들과 ‘말뚝 박기’ 놀이를 하는 게 일상일 만큼 왈가닥으로 소문나 있던 강 양이 어찌 내내 책상에 앉아 공부만 하리오! 30분을 공부하면 독서실 휴게실에서 친구들과 1시간을 놀았다. 수다는 기본이고, 답답할 땐 독서실 밖에 나가 달리기 시합을 했다. 2NE1의 인기곡 ‘파이어(Fire)’를 틀어놓고 친구들과 마치 뮤직비디오처럼 동영상을 찍으며 신나게 웃어젖혔다.
“노는 시간이 더 많긴 했지만, 독서실도 다니고 수업시간에 집중한 보람이 있었나 봐요. 성적이 조금씩 오르더니 2학년 2학기 중간고사 땐 평균 87점까지 올랐어요. 부모님과 선생님 칭찬을 받으니 많이 뿌듯했죠.”
성취감을 느껴서일까. 강 양은 점점 공부가 재밌어졌다. 평균 90점을 꼭 넘기고 싶어졌다. 게다가 3학년이 되자 선생님들은 “중3은 곧 예비 고등학생이다. 고등학교에 가면 이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전국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했다. 더 위기감이 들었다. 문제는 공부방법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공부를 잘 할 수 있을까?’
벽에 부딪혔단 느낌에 고민이던 강 양은 우연히 빛을 발견했다. 친구 따라 간 도서관에서 ‘전교 1등 핵심 노트법’이란 책을 보게 된 것. 각 학교 전교 1등이 어떤 방식으로 공부를 하는지 나와 있었다.
강 양은 그 공부법을 따라하기로 했다. ‘선생님이 하는 말은 농담까지 받아 적어라’ ‘혼자 공부할 땐 밑줄 그으며 소리 내어 읽어라’라는 조언을 그대로 따랐다. 효과가 있는 듯했다. 선생님 농담을 적어놓으니, 다시 보면 수업당시 상황과 함께 수업 내용도 구체적으로 머릿속에 그려졌다. 교실에서 한 주 동안 앉을 자리를 정하는 월요일이면 강 양은 평소보다 1시간 일찍 학교에 왔다. 선생님 목소리가 잘 들리고 질문하기도 쉬운 창가 쪽 두 번째 분단의 앞에서 두 번째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효과는 눈에 띄는 결과로 나타났다. 3학년 1학기 성적은 무려 평균 94점. 전교 12등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70점대에 머물러 골칫거리이던 수학점수도 90점대로 올라섰다.
오른 것은 성적뿐만이 아니다. 꿈에 대한 욕심도 부쩍 커졌다. 여전히 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최근 마음 맞는 친구 7명과 함께 동아리모임을 결성했다. 노래와 랩을 하는 동아리다. 요즘 연습하는 곡은 힙합듀오 ‘드렁큰 타이거’의 ‘너희가 힙합을 아느냐’. “언젠가 YG엔터테인먼트에서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싶어요. 그래서 고교졸업 후엔 서울 소재 대학의 실용음악과에 진학해 전문적으로 음악을 배우면 어떨까 해요. 최근엔 기타와 피아노 연습도 시작했어요. 10년 뒤 좋은 음악을 가지고 나타날 제 모습을 기대해 주세요(웃음)!”
김종현 기자 nanzz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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