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언영색(巧言令色)과 감언이설(甘言利說)로 피해자를 속인 피고인의 범죄적 악성(犯罪的 惡性)이 실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이기에 피고인을 법정 구속한다.”
8일 울산지법에서 열린 사기사건 선고 공판에서 재판부가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의 범법사실을 이같이 지적한 뒤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통상적인 판결문에서 쉽게 나타나지 않는 격한 표현을 쓰며 피고인의 범죄를 지적한 것도,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에게 4년의 중형을 선고한 것도 극히 이례적이다. 이 사건은 당초 검찰이 두 차례나 무혐의 처분을 내린 것이어서 수사의 공정성 논란이 예상된다.
○ 재판에서 뒤집어져
울산지법 제2형사단독 성금석 부장판사는 약사인 최모 씨 등에게서 8억7000여만 원을 편취해 사기죄로 불구속 기소된 영화사 대표 정모 씨(64)에게 이같이 선고했다. 당초 피해자인 최 씨가 2005년 11월 25일 울산지검에 고소했지만 정 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최 씨는 부산고검에 항고했지만 결과는 같았다. 그러자 최 씨는 부산고법에 재정신청(피해자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옳고 그름을 가려 달라고 직접 법원에 소송을 신청하는 제도)을 했다. 성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피해자는 피고인 때문에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막대한 재산상 피해와 정신적인 고통을 당했다”며 “결국에는 빚을 감당할 수 없어 2006년 1월 창원지법에 개인회생을 신청(채무총액 5억7642만 원)하기에 이르는 등 1심 선고가 있기까지 6년간 엄청난 고통을 겪었다”고 판시했다. 또 “피고인은 메디컬 빌딩 신축 계획도 없으면서 약국 임대를 미끼로 돈을 빌려놓고는 만난 사실조차 없다고 발뺌했다”고 덧붙였다. 정 씨는 메디컬 빌딩을 신축하면 약국을 임대해주겠다면서 최 씨에게서 2003년 10월부터 2005년 11월까지 51차례에 걸쳐 총 5억6400여만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 꼼꼼한 증거 분석
재판부는 제출된 증거와 증언을 면밀하게 검토했다. 그 결과 △피해자 최 씨가 1986년 3월부터 지금까지 약사로서 약국만 운영해 왔을 뿐 건물 신축에는 문외한이고 △메디컬 빌딩 신축 동업을 조건으로 5억 원을 정 씨에게 지급했다면서 동업약정서가 없었고 △동업 이후 손익 분배 방식 등 기본적인 동업 조건에 관한 합의 자료나 진술이 전혀 없었던 사실을 밝혀냈다. 또 신축할 메디컬 빌딩 용지에 있던 기존 건물 철거작업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점도 피고인이 당초부터 건물을 지을 의사가 없었던 것이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판결문 말미에 ‘뿌린 대로 거두리라’라는 글도 남겼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