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美투자이민?… “까딱하면 돈만 날려요”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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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고용’ 조건 숨기고 호객
내년 9월 폐지… 알선업 극성

A 씨(여)는 2009년 한국의 한 이민알선업체를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 엘몬테 시가 추진하는 부동산 사업에 5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7억5000만 원)를 투자했다. 이 업체는 “수익은 물론이고 미국 영주권도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해 A 씨를 비롯해 많은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10억 달러 규모로 추진되던 이 사업은 첫해부터 개발업체 대표가 회삿돈을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중단됐다. 이달 초에는 투자이민을 유치할 수 있는 사업자 자격도 잃었다. 결국 A 씨는 원금을 날린 채 2년 기한의 ‘임시 영주권(Conditional Residence)’마저 갱신할 수 없게 돼 미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내년 9월 미국 간접투자이민(EB-5) 제도의 기한 만료를 앞두고 최근 이민알선업체들의 투자 권유 광고가 늘어나고 있다. 간접투자이민제도는 미국 본토에서 실업률이 높은 지역이나 비도시 지역에 50만 달러를 투자하면 2년간의 임시 영주권이 나오고, 10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이뤄지면 2년 뒤 정식 영주권을 내주는 제도다. 그러나 이들 업체는 대부분 ‘리스크 없는 투자’, ‘안전한 투자이민’ 등의 문구로 유혹하고 있을 뿐 투자 위험성은 제대로 알리지 않아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는 총 77개의 이민알선업체가 영업을 하고 있다. 작년부터 올해까지만 19곳이 새로 등록했다. 이들 업체는 미국에서 지역 단위로 추진되는 각종 사업을 투자자들에게 소개하고 이민 신청을 대행해 주는 대가로 건당 3만∼5만 달러(약 3400만∼5670만 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민간기업이 진행하는 미국의 투자이민 사업 대부분은 투자 원금 상환을 보장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거액을 투자하고도 원금을 날리고 영주권마저 얻지 못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또 투자를 통해 1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했다는 증명을 하지 못하면 영주권 발급이 거부되기도 한다. 실제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에 따르면 지난해 10월부터 올 6월 사이 접수된 개인 투자이민신청서 1223건 중 224건(18%)이 기각됐다. 또 투자금액을 전부 내고 정식 영주권을 신청한 470명 중 34명(7%)은 최종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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