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색 다르다고 목욕탕 출입 막다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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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주 “AIDS 우려 있어”… 우즈베크 귀화여성, 인권위 진정

한국으로 귀화한 외국 출신 30대 여성이 ‘외모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목욕탕 출입을 거부당해 이주민 지원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귀화 여성 구수진(본명 쿠르바노바 클리브리다·30) 씨는 13일 경남 창원시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지난달 부산의 한 목욕탕에서 겪었던 인종차별 사례를 공개했다. 2009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구 씨가 부산 동구 초량동의 집 인근 B사우나를 찾은 것은 지난달 25일 오후 3시경. 카운터에 있던 직원이 “외국인은 출입할 수 없다”며 제지했다. 구 씨는 한국 국적을 취득한 ‘한국인’임을 밝혔지만 거절당하자 112로 경찰에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과 함께 구 씨를 만난 주인도 “외국인이라 후천성 면역결핍증(AIDS)에 걸렸을 수 있어 (외국인이 출입하면) 한국인이 싫어한다”고 모욕을 줬다. 출동한 경찰도 “개인 업소에서 외국인 출입을 거부하는 걸 규제할 수 있는 현행 법률이 없다”고 말해 구 씨는 발길을 돌렸다.

2002년부터 한국 생활을 한 구 씨는 “7세 된 아이의 엄마로서 아이가 앞으로 한국인과 겉모습이 다르다는 이유로 상처 입게 되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으려면 이런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생각에 회견을 했다”고 말했다.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 이철승 소장은 “한국에는 현재 130만 명의 이주민이 살고 있다”며 “단지 외모나 출신국이 다르다는 이유로 일상생활에서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 소장은 현재로서는 인종차별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형법이 없기 때문에 구 씨 사례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낸 데 이어 차후에 인권위의 권고안을 토대로 ‘외국인 이주민 인종차별 금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동아일보는 B사우나 업주의 해명을 듣기 위해 통화를 시도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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