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간부들도, 식칼로 면도시키고 군화냄새 맡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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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혹행위 매년 증가… 작년 71명 - 올 35명 처벌 받아

식칼로 면도하기, 담배와 음식찌꺼기 먹이기, 군화 냄새 맡게 하기….

병영에서 솔선수범해야 할 위관 장교와 부사관 등 군 간부들이 부하에게 가혹행위를 강요하다 적발된 사례들이다. 이런 가혹행위를 하다 적발돼 처벌받은 간부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9일 국방부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부하에게 각종 가혹행위를 저질러 처벌된 군 간부가 2009년 64명에서 지난해 71명으로 늘었다. 올해는 6월 말까지 처벌받은 군 간부가 35명으로 집계됐다.

실제 가혹행위도 상상을 초월한 사례가 많았다. 올해 육군 모 중위는 식칼로 부하의 얼굴에 면도질을 하다 적발돼 감봉 3개월의 처벌을 받았다. 또 부하에게 마늘을 강제로 먹인 모 하사도 감봉 2개월의 처벌을 받았다.

육군 모 중사는 담배를 피우는 병사들을 모아 강제로 담배를 먹게 했고, 다른 하사는 부하를 샤워장에 눕게 한 뒤 찬물을 뿌리다 적발돼 각각 감봉 2개월, 1개월에 처해졌다. 누워서 뒷머리와 다리를 든 상태에서 강제로 음식을 먹이거나 빨래집게로 코와 입술을 집어 고통을 준 하사도 적발돼 처벌을 받았다. 또 부하에게 2시간 동안 벽을 바라보고 서 있도록 한 육군 중위는 감봉 3개월, 부하의 귀를 물어뜯은 하사는 감봉 1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이 밖에 군화 냄새를 강제로 맡게 하거나 마늘과 비누, 음식 찌꺼기 등을 먹이고 라이터로 화상을 입히거나 코털 뽑기를 강요하다 적발된 해군 간부들도 있었다. 국방부는 2006년부터 대대적인 병영문화 개선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군내 가혹행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한편 육군본부가 김옥이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처음으로 국방부가 실시한 간부 인성검사 결과 육군 위관급 장교는 진료가 필요한 ‘위험’ 수준이 2.6%, 상담이 필요한 ‘관심’ 수준이 5.2%로 위험과 관심 판정이 7.8%에 달했다.

김 의원은 “전시에 일선 야전부대에서 부대원의 생사를 책임진 지휘관의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간부 선발 단계부터 엄격한 심리검사를 적용해 충분한 인성을 갖춘 장교들이 지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상호 군사전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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