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못난이 송편’ 빚었지만… 얼굴엔 함박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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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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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봉사팀, 복지시설 성심동원 찾아…
지적-발달장애 원생들과 즐거운 추석맞이

8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수동 장애인복지시설 ‘성심동원’에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늘푸른봉사팀 회원들과 원생들이 함께 송편을 빚고 있다. 봉사팀은 20년 가까이 성심동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사회봉사단 제공
8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수동 장애인복지시설 ‘성심동원’에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늘푸른봉사팀 회원들과 원생들이 함께 송편을 빚고 있다. 봉사팀은 20년 가까이 성심동원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삼성사회봉사단 제공
“자 이렇게 소를 넣고 살살 손으로 비벼서… 자 이제 모양을 만들어볼까.”

8일 오후 경기 오산시 가수동 장애인복지시설 ‘성심동원’ 식당.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한득수 부장(42)의 손에 하얀 송편 반죽이 놓여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장애인 김진영 씨(27)는 한 부장의 설명을 들으며 연방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 뒤 두 사람의 손에 작은 송편이 한 개씩 놓였다. 한 부장의 매끈한 송편과 달리 김 씨의 송편은 여기저기 찌그러진 모양이었지만 “다 만들었다”고 외치는 두 사람의 얼굴은 모두 환했다.

김 씨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다. 성심동원은 김 씨처럼 지적·발달장애를 겪고 있는 원생 121명이 머무는 사회복지시설이다. 원생 모두는 가족이 없는 무연고 장애인이다. 연령대도 7세부터 51세까지로 다양하다.

마침 이날은 자매결연하고 있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직원들로 이뤄진 늘푸른봉사팀이 이곳을 찾았다. 이들은 직거래장터에서 구입한 한우 선물세트를 전달한 뒤 원생들과 함께 송편을 빚었다. 걸음도 불편하고 손을 제대로 쓰지 못했지만 원생들은 봉사팀 직원들의 도움을 받아 송편을 만들어갔다. 지난달 8일 입사한 사원 송동준 씨(23)는 “이번이 두 번째 봉사활동”이라며 “이곳 원생들은 명절에도 가족이 없이 보내야 해 더 애틋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봉사팀과 성심동원의 인연은 1990년대 초부터 시작됐다. 처음에는 목욕 청소 등 단순한 봉사활동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2005년부터는 체험형 봉사프로그램을 도입해 원생들과 함께 등산을 가거나 대형마트 쇼핑을 다니고 있다. 정기적으로 문화공연도 함께 관람한다.

봉사팀은 성심동원과 가까운 화성시 반송동의 동탄복합문화센터에 ‘삼성위시존’을 마련했다. 각종 공연 때마다 성심동원 원생들을 위해 50석의 자리를 미리 확보한 것이다. 원생들은 매달 한 차례 봉사팀과 함께 공연장을 찾는 것을 가장 즐거워한다고 한다.

이 봉사프로그램은 원생들의 치료에도 긍정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일곱 살 때 심한 자폐증을 앓아 입소한 박윤정 양(15)은 봉사팀의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상태가 크게 호전됐다. 지금은 일상생활에 큰 어려움이 없을 뿐 아니라 한자능력시험에 응시할 정도로 학습능력도 나아졌다. 성심동원 김오선 원장(57)은 “지적장애나 발달장애를 겪는 장애인들에게는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체험활동이 중요하다”며 “삼성전자 직원들의 새로운 봉사프로그램이 원생들에게 소중한 체험의 기회가 되고 있어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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