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확대하니 한우 1등급이 3등급으로… 전국 156개 초등교 ‘양심고백’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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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 전국적으로 무상급식이 확대된 데다 물가 상승까지 겹쳐 전국 초등학교 급식의 질이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나라당 배은희 의원이 16개 시도 교육청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등학교 58곳을 포함해 전국 156개 초등학교가 학교급식에 사용하는 식재료의 품질을 낮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G초교는 2009년 이래 한우 1등급을 식재료로 사용했지만 올해부터는 급식 단가를 맞추기 위해 한우 3등급을 사용하고 있다. 축산물품질평가원이 공개한 정부수매 기준가격(7일 현재)에 따르면 한우 3등급은 kg당 7665원으로 한우 1등급(1만3509원)보다 5844원이 싸다.

전북 J초교는 지난해 10월부터 한우 ‘1++등급’에서 3개 등급을 낮춘 2등급 한우를 구입해 쓰고 있다. 이렇게 하면 kg당 약 6000원을 아낄 수 있다. 한우 1등급을 식재료로 쓰던 서울 H초교는 올해부터 육우 3등급(kg당 5849원)으로 식재료를 바꿨다. kg당 구입가를 7660원이나 낮춘 것이다.

돼지고기를 국산 1등급에서 2등급으로, 닭고기를 ‘친환경 무항생제’에서 ‘국산 1등급’으로 낮춘 사례도 빈번했다.

쌀의 등급을 낮춘 학교도 적지 않았다. 경기 성남시 T초교, 광주시 T초교 등은 올해부터 유기농 쌀 대신 일반 쌀로 밥을 짓는다. 이마트에서 일반 쌀은 10kg당 2만2300원으로 유기농 쌀(3만9800원)보다 1만7500원이 싸다.

양파 시금치 무 등 채소류를 ‘친환경’에서 ‘일반’으로 바꾼 곳은 수두룩하다. 서울 M초교는 두부 깨 참기름 등을 올해부터 아예 수입품으로 바꿔 재료 단가를 절반으로 떨어뜨렸다.

현재 서울지역 초등학교 1인당 평균 급식비는 약 2300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결식아동을 위해 지원하는 한 끼 식사비(3000∼5000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서울에서 1인당 급식비가 가장 낮은 곳은 J초교(1670원)로 2009년보다 330원이 떨어졌다.

배 의원은 “조사에 응한 대부분 학교가 식재료의 품질이 떨어진 것을 쉬쉬하고 있어 다른 학교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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