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교내집회-휴대전화 허용” 강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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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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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학생인권조례 초안 발표… 郭 사전영장 청구 시점과 겹쳐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7일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 공약 중 하나인 서울학생인권조례 초안을 발표했다. 학생에게 집회의 자유를 인정하고 체벌 금지를 유치원과 학원까지 확대하는 등 지난해 전국 최초로 공포한 경기도교육청의 조례보다 한층 강력한 내용을 담았다. 곽 교육감은 경기도 학생인권조례 제정자문위원회 위원장을 맡았었다.

시교육청은 8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이달 중 최종안을 마련해 11월 서울시의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연내 통과되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그러나 교육 현장에서는 학칙으로 규정할 수 있는 문제를 조례로 강제하는 것은 학교자율화 방침에 어긋날 뿐 아니라 교육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킬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 집회 자유까지 인정

시교육청 학생생활지도 정책자문위원회가 이날 발표한 초안은 곽 교육감 정책의 핵심 종합판이라 할 수 있다. 경기도 조례보다 학생권리를 더 광범위하고 강력하게 보장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예가 경기도 조례 최종안에서는 논란 끝에 폐지됐던 집회의 자유다. 시교육청은 교내 집회의 경우 정규 수업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허용했다. 다만 학칙으로 집회의 시간, 장소, 방법을 제한할 수 있다. 이에 대해 A고 교사는 “집회의 자유 허용은 생각이 미성숙한 학생들로 하여금 혼란을 줄 수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도 폐지한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육감의 기존 방침대로 학교에서의 체벌은 금지된다. 체벌 금지 공간은 유치원과 학원으로 확대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과 상충돼 학교현장에서 혼란이 야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3월 학칙으로 간접체벌을 허용하도록 했지만, 시교육청은 학칙 개정을 막았다. 조례는 시행령보다 하위 법령이지만, 경기도교육청은 6월 학생에게 5초 엎드려뻗쳐를 시킨 교사를 조례 위반으로 징계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교사가 정규교과 외 자율학습이나 방과후 학교를 학생에게 강요할 수 없고 일기장, 개인수첩은 물론 모든 소지품을 학생의 동의 없이는 검사할 수 없다. 성적이나 가족관계, 교육비 미납사실, 징계 기록 등도 학생이나 보호자 동의 없이 공개할 수 없다. 교외에서 이름표 착용도 강요하지 못한다. 학교장과 교사, 학부모 누구라도 학생에게 과도한 선행학습을 요구할 수 없다. 두발과 복장 및 휴대전화 소지 자유도 인정했다. 단, 학생이 제정 및 개정에 참여한 학교 규칙에 의한 규제는 예외로 했다.

학부모 김모 씨(43·여)는 “사교육 대체 효과도 있는 방과후 학교 강제 금지와 두발과 복장 자유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오히려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교육감은 과도한 경쟁으로 학생들의 학습권과 휴식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거나 교육감이 친환경 농산물에 기초한 무상급식 실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규정도 있다.

○ 시교육청 “책임도 규정했다”

시교육청은 조례가 학생들에게 무제한 해방구를 주는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자문위 위원장인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학생 인권을 보장하면서 다른 학생의 학습권이나 교사의 수업권이 침해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체벌금지를 발표하면서 학교 현장에서 지적됐던 문제점을 염두에 뒀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조례에 학생의 책무도 규정했다. 학생은 자신의 인권을 스스로 보호하며, 교사나 다른 학생 등 타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것. 타인의 인권을 침해할 경우 관련 법령이나 학칙에 따른 책임을 진다는 조항도 넣었다. 또 조례에 보장된 인권이라도 교육 목적상 필요하다면 학생이 제정 및 개정에 참여한 학칙 등으로 제한할 수 있게 했다.

○ “갈등 소지 많다” 우려 목소리 높아

교육 현장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강동구 강동고 라오철 교사는 “학칙으로 해결할 것을 조례로 강제하다 보면 학교 자율화 방침에도 어긋나고 교사와 학생 간 갈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찬성하는 목소리도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7일 “학생인권조례가 미성숙한 학생에게 과도한 권리를 부여한다는 건 왜곡된 시각”이라며 “교사와 학생이 서로 존중하는 학교 문화를 만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조례발표 시점이 검찰이 곽 교육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날이라 뭔가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설령 자신은 기소되더라도 핵심 정책은 추진하겠다는 곽 교육감의 의지를 반영한 것 아니냐는 것. 반면 시교육청 관계자는 “초안 발표는 이번 사태 전부터 예정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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