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강소기업이 뛴다]산업용 디스플레이 만드는 ‘코텍’

  • Array
  • 입력 2011년 9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전세기 빌려 전직원이 마카오 카지노 간 까닭은

㈜코텍의 이한구 회장이 생산라인을 찾아 세계에서 가장 큰 82인치 산업용 모니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텍은 일본 NEC사에 대당 7000만∼8000만 원짜리 대형 모니터를 제조업 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코텍의 이한구 회장이 생산라인을 찾아 세계에서 가장 큰 82인치 산업용 모니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코텍은 일본 NEC사에 대당 7000만∼8000만 원짜리 대형 모니터를 제조업 자설계생산(ODM) 방식으로 수출하고 있다. 김영국 동아닷컴 객원기자 press82@donga.com
《동아일보가 인천, 경기 부천지역의 우수 기업을 찾아갑니다. 최고경영자(CEO)의 경영철학과 혁신기법 등을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기업들의 모습을 소개합니다. 시리즈는 격주로 목요일에 싣습니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코텍 이한구 회장(62)은 8월 초 직원들의 복지를 총괄 담당하는 전무급 임원을 새로 뽑았다. 직원들이 회사에 자긍심을 갖고 맡은 일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사기 진작 프로그램’을 총괄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직원들의 애사심을 높이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이 임원의 핵심 업무다.

올해 창립 25주년을 맞은 코텍은 산업용 디스플레이를 전문으로 생산하는 업체다. 이 회사는 창립을 기념해 전세기를 빌려 직원 200여 명이 2박 3일간 마카오로 단체 여행을 다녀왔다. 이 회장은 “마카오 카지노 기계의 절반 이상이 코텍이 만든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을 직원들에게 보여주고 스스로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며 “30주년 때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업이 잘되려면 임직원들이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스스로 찾아 소신껏 일을 하는 기업문화가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이 같은 코텍의 기업 문화는 회사 이름 뒤에 ‘세계 1위’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이 회사는 카지노용 모니터 분야 세계 1위다. 세계 카지노용 모니터 시장 규모는 2000억∼3000억 원. 이 가운데 코텍이 53%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세계 1위란 명성을 얻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 월남전 참전용사인 이 회장은 1974년 군 복무를 마친 뒤 자동판매기 사업에 손을 댔지만 1979년 대기업이 진출하면서 실패했다. 1980년대 중반 서울 구로구 오류동에서 오락실용 모니터를 만드는 회사를 창립했다. 당시 국내 게임용 모니터는 일반 흑백 TV 모니터를 그대로 사용했을 정도로 열악했다.

“1980년대 동네 오락실에서 가장 인기를 끌었던 ‘갤러그’ 등 게임을 즐긴 분들이 제가 만든 게임 전용 모니터를 보신 거죠.”

그러나 1984년 터진 지적소유권 문제로 다시 어려움을 겪자 이 회장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비디오 모니터 제품을 개발해 일본으로 수출을 했는데 1986년 엔고 현상 덕분에 수출이 잘됐다.

코텍은 포커게임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미국 인터내셔널게임테크놀로지(IGT)사 관계자의 방한을 계기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카지노 게임기 시장을 석권한 IGT 관계자가 “미국 세로닉스가 독점하고 있는 카지노용 모니터를 만들어 달라”고 요청한 것. 모니터를 IGT에 독점 납품하고 있는 세로닉스가 계속해 납품 가격을 인상하자 이를 견제할 협력 업체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것이었다.

24시간 내내 여러 대의 모니터가 동시에 켜져 있어야 하는 카지노 모니터의 특성상 자동색보정 기능은 필수였다. 하지만 당시 한국에서는 이 기술력을 가진 업체가 없었다. 세로닉스 제품을 구입해 연구를 거듭한 결과 1년 6개월 만에 기술력을 확보했다. 그리고 세로닉스보다 40% 낮은 가격에 납품을 했다. 그러다 1997년 대량으로 불량품이 발생해 IGT 구매담당자가 곤경에 처하자 이 회장은 전량 리콜을 선언했다. 회사가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회장은 우리의 제품을 믿고 신뢰해 준 의리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1개 월 뒤 IGT 구매담당자가 다시 한국을 찾아 “제품 단가를 15달러씩 올려주겠다”고 해 코텍은 어려움을 극복했다.

“제품에 대한 확고한 신뢰를 심어준 덕에 코텍은 지금도 세로닉스보다 20% 많은 물량을 IGT에 납품하면서 세로닉스를 제치고 퍼스트 밴더(1차 협력업체)의 위치를 확고히 하고 있어요.”

코텍은 2018년까지 산업용 디스플레이 세계시장 점유율을 65%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2006년부터 의료용 모니터, 선박용 모니터 등으로 확장하고 있다. 앞으로는 군사용, 항공용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코텍은 1987년 이후 24년 연속 흑자에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에는 수출 1억 달러를 돌파했다.

이한구 회장은 “향후 의료·교육(전자칠판)·디지털광고판, 관제탑에 사용하는 항공 모니터 등의 분야에서도 세계 1위 기업을 달성해 산업용 모니터 분야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강조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