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물가 5.3% 급등… 추석 장 어떻게 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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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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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만에 최고치 기록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대비 5.3% 급등하면서 3년 만에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앞으로 남은 4개월 동안 물가가 전혀 오르지 않더라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4%에 이를 것으로 보여 정부의 올해 물가 목표인 4.0%를 달성하는 것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3% 올라 2008년 8월(5.6%)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았다. 2000년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0%를 넘어선 것은 2001년 5, 6월과 2008년 6∼9월 등 6차례뿐이다. 농산물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4.0% 올라 2009년 4월(4.2%) 이후 28개월 만에 최고치에 올랐다.

물가가 5% 넘게 급등한 것은 농산물 가격의 고공행진과 전세난, 금값 급등세의 영향이 컸다. 농축수산물은 계속된 집중호우와 태풍으로 채소류 물가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31.8% 오르면서 전체적으로 13.3% 상승했다. 품목별로는 건고추 가격 급등으로 고춧가루가 40.3%의 상승률을 보였으며 배추(32.2%), 고구마(34.5%) 등도 가격이 크게 올랐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전·월세난이 물가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전세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5.1% 올라 2003년 3월(5.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으며 월세는 3.0% 상승해 1996년 5월(3.0%) 이후 15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기에 전기료 인상으로 공공서비스 요금이 1.4%, 개인서비스 요금이 3.4% 오르면서 서비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

또 금값 폭등으로 금반지 가격이 29.1% 오르고 등유(24.3%)와 경유(15.8%), 휘발유(13.4%) 등 석유제품의 가격까지 뛰면서 공업제품 물가도 7.1% 상승했다.

이 같은 물가 급등에도 정부는 일단 물가 상승률을 연간 4.0% 이하로 묶겠다는 목표를 유지할 방침이다. 지난달 말 집중호우가 끝나 물가 급등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채소류 작황이 개선되면서 농축수산물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점쳐지는 데다 통신요금 기본료 1000원 인하로 물가에 영향이 큰 통신료가 내려가 9월 이후에는 물가가 안정될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기저(基底)효과’ 역시 9월 이후 물가 상승률 하락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물가 상승률의 비교 시점인 지난해 월별 물가 상승률을 보면 8월까지는 2%대에서 안정되다가 9월 3.6%, 10월 4.1%로 치솟았던 만큼 올해 9월 이후 물가 상승률은 8월 이전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보일 수밖에 없다. 임종룡 기획재정부 1차관은 “9월 물가 상승률은 3%대 후반에서 4%대 초반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물가 여건이 쉽지 않지만 목표 달성을 위해서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적인 전망에도 정부의 물가 목표치 달성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지적이 많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평균 물가 상승률은 이미 4.5%에 이른다. 정부의 물가 목표치 달성을 위해서는 남은 4개월간 물가 상승률을 평균 3%로 묶어야 한다. 그러나 장기적인 물가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이미 4%대로 올라섰고 서비스 물가 상승을 이끄는 기대인플레이션율마저 8월 4.2%로 2년 반 만에 최고치에 이르는 등 9월 이후 물가가 급락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8월 물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이 올랐다”며 “전세금 상승이 지속되고 있고 근원물가 상승률도 높아 연간 물가 상승률 4.0% 달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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