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4년 전 제주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입지로 선정한 이유는 “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정반대다. 강정마을에서는 주민 및 시민단체의 거센 농성으로 기지 건설 사업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 ‘배후지 여건’ 평가에서 1, 2위 갈려
21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민주당 신학용 의원을 통해 입수한 해군의 ‘제주 해군기지 후보지 입지 타당성 평가’ 자료에 따르면 2007년 5월 해군은 강정, 위미, 화순, 월평 등 8개 후보지역을 놓고 △항만 입지 △배후지 여건 △문화재 현황 △어업권 평가 등 4개 항목에 대해 각 3점 만점으로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 강정은 총 9점, 2위 위미는 8점을 받았고 해군은 이를 근거로 같은 해 6월 강정을 최종 후보지로 선정했다.
항만의 입지 여건은 강정과 위미 모두 만점인 3점을 받았다. 문화재 현황 항목에선 “근처에 천연기념물 제442호(제주연안 연산호 군락지)가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강정과 위미 모두 최하점인 1점을 받았다. 어업권 현황 역시 두 지역 모두 2점으로 같았다.
강정이 위미보다 앞섰던 부분은 배후지 여건 항목이었다. 일단 해군은 배후 도로·교통 여건과 관련해 강정에 대해서는 “주 간선도로가 약 3km 후방에 위치하고 있다”며 ‘다소 불리’라고 분석한 반면 위미에 대해선 “주 간선도로가 약 1km 떨어진 인접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며 ‘양호’라고 판정했다. 하지만 강정은 “매입지 내에 민가가 거의 없어 용지 매입이 쉽고 주민과의 마찰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됐고 위미는 “배후에 주거단지가 밀집해 있고 진입도로 개설 시 주거단지에 간섭이 예상된다”고 평가된 것. 결국 배후지 여건 항목에서 강정이 3점을 받은 반면 위미는 2점에 그쳤다. 주민과의 마찰이 적을 것이라는 점이 강정을 해군기지 후보로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이다.
○ 분석 틀렸나? 외부세력 탓인가?
해군은 자신들의 분석이 틀린 것이 아니라 외부세력이 개입하면서 지금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2007년 4월 강정마을은 총회를 열어 해군기지 유치에 찬성 의사를 밝혔고, 그 다음 달 제주도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강정지역 주민의 56.0%가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것. 그런데 올 3월부터 외부단체들이 강정으로 몰려들어 격렬한 농성을 주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해군 관계자는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현지 주민도 있지만 정작 이들은 농성장에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외부에서 들어온 반대 단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조건을 내걸며 공사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반대론자들은 해군과 제주도가 주민의 뜻을 왜곡했으며 당초 해군기지 건설 취지를 지키지 않은 것이 지금의 사태를 불러일으켰다고 반박한다. 신 의원은 “2007년 여론조사는 해군기지의 문제점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진행된 것이어서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야5당은 “2007년 예산심사 당시 국회가 ‘민항 위주의 민군 복합형 기항지’라는 부대의견을 제시했는데 해군이 자의대로 군기지 용도로 건설하고 있다”며 공사 일시 중단 및 사업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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