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용 대학구조개혁위원장 “최소 20개대학 내년부터 반드시 퇴출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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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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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제 대학과 전문대가 각각 10곳 이상씩 실제 퇴출되도록 하겠다.”

교육과학기술부 자문기구인 대학구조개혁위원회의 홍승용 위원장은 10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건전한 대학에 더 많이 지원하기 위해 부실대를 솎아내는 악역을 맡았다며 구조조정 의지를 거듭 밝혔다. 그는 인하대 총장을 연임했고, 현재는 영산대 명예총장으로 있다.

―지난 10년간 실제 퇴출된 대학은 2곳뿐이어서 이번에도 흐지부지될 것이란 우려가 있다.

“이제까지는 퇴출이 거의 되지 않았다. 국민 관심이 부족했고 대학의 협조도 없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반값 등록금’으로 촉발된 국민의 관심이 부실대 정리로 이어졌다. 2, 3곳 퇴출되는 정도로는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적어도 4년제와 전문대가 각각 두 자릿수 이상, 최소 10곳씩은 퇴출돼야 한다.”

―퇴출대학, 즉 경영부실대학의 정확한 뜻은….

“정부의 재정 지원이 중단되고 학자금대출제한까지 받는 대학 중에서도 가장 열악한 대학을 생각하면 된다. 9일 발표한 교육 재무 법인의 10개 지표로 평가를 해서 최종적으로 가린다. 재단이 중대 비리를 저지른 대학도 대상이 된다.”

대학총장 출신인 홍승용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10일 건전한 대학, 열심히 일하는 총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대학총장 출신인 홍승용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위원장은 10일 건전한 대학, 열심히 일하는 총장을 지원하기 위해서라도 구조조정을 강력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재단이 중대한 비리를 저지른 대학을 포함한 이유는….

“국민은 경영부실 대학보다 설립자나 재단이 부정부패를 일삼는 대학에 더 분노한다. 부정과 비리가 심각한 재단은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 재정 상태가 양호한 서울의 4년제 대학도 안심할 수 없을 것이다. 이들 대학은 경영부실 대학보다 더 빨리 퇴출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무엇이 중대한 비리나 부정에 속하나.

“재단이나 학사운영에 문제가 있는 대학이 감사원의 감사대상에 포함됐다. 결과를 보고 확정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학교재산 횡령, 불법 학생모집, 학위 장사를 중대 비리로 보고 있다. 또 사립대의 회계처리가 불투명한 부분이 있다. 관행적으로 덮어둔 부분도 있는데 앞으로는 퇴출 사유가 될 수 있다.”

―퇴출 과정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경영부실 대학에는 재정 지원과 학자금 대출을 모두 중단한다. 이어 외부 전문가로 꾸려진 컨설팅단을 파견해서 대학을 개혁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기업으로 치면 워크아웃이다. 법인과 총장과 교직원이 똘똘 뭉쳐 재정 건실화를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 1년 뒤에 계획대로 했는지 점검하고 나서 미진하면 (법인해산 등) 퇴출을 시키겠다.”

―실제 퇴출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위원회까지 꾸렸는데 고작 2, 3개 정리하고 말 수는 없다. 경영부실 대학으로 선정되면 곧 퇴출 대학이라고 봐도 된다. 전방위 압박과 고강도 개혁을 요구할 텐데 재단이 따라오기가 쉽지 않으니 내년에는 문 닫는 대학이 반드시 나올 것으로 본다.”

―대학의 퇴출이 법적 제도적으로 가능할까.

“어떤 상황에서도 개혁위는 계획대로 진행한다. 그러나 실질적 성과를 위해서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일단 정리되는 대학의 학생과 교직원을 인근 대학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 법인 해산 후 잔여재산을 설립자에게 돌려주는 대학구조개혁법도 빨리 통과돼야 한다.”

―반발하는 대학도 있을 것 같다.

“총론적인 부분에는 대부분 찬성한다. 지금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 구조조정 이후에는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당근과 채찍 다 필요하다. 채찍만 남으면 대학의 불신이 커질 것이다.”

―장기적인 구조조정 방안도 필요한데….

“개혁위에서는 중장기 구조개혁 방안도 준비한다. 2030∼40년까지의 학령인구 변동 추이를 바탕으로 한국에 필요한 대학의 수와 적정한 대학진학률을 제시할 생각이다.”

―대학총장 출신으로 대학에 칼을 휘두르는 처지가 됐는데….

“선택과 집중을 통해 대학이 역량을 키워야 한다. 중국은 21세기에 세계 100대 대학에 들어가는 곳을 10개 만들겠다고 힘을 모으고 있는데 우리는 거기보다 떨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그런 차원에서는 총장들의 소망을 구조개혁위원회에서 반영하도록 중간자 역할을 하겠다. 열심히 하는 총장에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이경희 기자 sorimo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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