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410mm ‘물폭탄’에 곳곳 물난리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9일 20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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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선 철로 지반 유실, 집ㆍ논 침수, 흙벽ㆍ언덕 붕괴

1명 사망, 12개 읍면 1천664명 대피 중

9일 하루 400mm를 넘는 기록적인 '물폭탄'이 쏟아져 1969년 관측 이래 하루 최고 강수량을 기록한 전북 정읍은 그야말로 '물난리'가 났다.

정읍에는 이날 새벽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더니 오전 11시 경부터 우산을 써도 소용이 없을 만큼의 장대비가 쉬지 않고 쏟아졌다.

오후 2시가 넘으면서 급기야 시내에 물이 차기 시작하더니 한 시간도 넘지 않아 웬만한 도로와 저지대는 어른 발목까지 물이 넘쳐났다.

물폭탄은 쉴새 없이 이어지더니 오후 3시가 지나면서부터 곳곳에서 '물바다'로 변하고 침수, 붕괴 피해가 신고됐다.

시내 도로는 완전히 물에 잠기고 저지대 주택에는 물이 들어왔다. 바퀴까지 물이 올라와 차량운행이 힘들자 일부 시민은 차를 놓고 바지를 걷은 채 갈 길을 재촉하기도 했다.

이날 물폭탄으로 지역 논밭의 20% 이상이 침수됐고 지대가 낮은 시골마을은 물난리가 났다. 얌전하기만 하던 마을 앞 하천은 물살이 거칠어져 자칫 휩쓸린다면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로 변했다.

특히 정읍시내를 가로지르는 폭 50여m의 정읍천은 평소보다 물의 양은 5배가량 늘고, 유속은 10배가량 빨라져 인근 주민들이 범람 우려에 몸을 떨고 있다. 범람에 대비해 공무원과 중장비, 군인까지 동원됐고 천변 인근 주민들은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시내에서 읍면 또는 인근 부안, 고창, 김제로 가는 외곽도로는 곳곳이 침수됐다. 또 입암면 연월리 앞 국도 1호선과 시내 호남고 앞 2차선 도로를 비롯한 외곽도로 10여 곳에는 흙벽과 나무가 떨어져 곳곳이 출입 통제되고 있다.

언덕이나 야산 붕괴도 잇따라 입암면 원천마을 뒷산이 무너지면서 이 모 씨(87·여)의 집을 덮쳐 이씨가 숨지고 아들이 부상했다. 또 연지동 대실마을과 소성면 중광마을, 입암면 천원마을 뒤편의 야산에서 흙더미가 쏟아졌지만 인명이나 가옥피해는 보지 않았다.

특히 이날 오후 1시10분 경에는 과교동 인근 호남선철도 신태인~정읍구간 하행선 지반이 폭우로 유실돼 전철주가 철로 위로 기울어지는 바람에 하행선 기차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열차는 상행선만을 이용해 양방향으로 통행 중이다.

침수와 산사태, 동진강 범람 등의 피해도 우려돼 신태인읍 4개 마을, 산외면 5개 마을, 이평면 7개 마을, 입암면 2개 마을 등 모두 12개 읍면에서 1664명이 학교와 노인복지회관을 비롯한 안전한 공공시설에 머물고 있다.

정읍시의 한 관계자는 "현재까지 1명이 숨지는 인명피해를 봤지만 정확한 재산피해 규모는 파악하기 힘들다"며 "비가 그치고 본격적인 집계가 이뤄지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읍기상대는 오후 7시30분까지 정읍에 이날 하루 417mm의 물폭탄이 쏟아졌으며10~20mm가량 더 내린 뒤 밤늦게부터는 소강상태를 보인다고 예보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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