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외교단체 지원금 줄줄 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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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란주점서 75만원… 옷값으로 7만4800원…

민간외교단체인 한일신시대공동연구프로젝트는 외교통상부 산하 한국국제교류재단으로부터 한 해 2억 원 이상의 지원금을 받는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 6일 오후 11시 반경 광주 서구의 한 술집에서 75만 원을 썼다. 이곳은 단란주점이었다. 유흥주점에서 사업비를 쓴 사실이 드러나자 이 단체는 정부 지원금을 단란주점에서 사용하게 된 경위를 밝히지 않은 채 75만 원을 교류재단에 반납했다.

동아일보가 3일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을 통해 입수한 지난해 민간외교단체 지원금 및 부적절한 집행에 의한 환수금 현황 국정감사 자료를 살펴보면 민간외교 활성화 명목의 민간외교단체 지원금이 이처럼 유흥주점, 호텔사우나, 호텔바, 면세점 등 엉뚱한 곳에서 새고 있다.

교류재단 감사 결과 한일신시대공동연구프로젝트는 유흥주점 외에도 와인바에서 16만5000원, 옷을 사는 데 7만4800원을 쓰는 등 지원금을 부적절하게 사용해 모두 937만3377원을 환수당했다. 교류재단은 이 금액을 모두 환수했지만 올해도 이 단체에 2억1252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한중공동연구프로젝트도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으로 가는 여객기 기내 면세점에서 25만4000원을 주고 양주 3병과 초콜릿을 구입했다.

이 단체는 “중국은 양주가 비싸고 가짜 술이 많기 때문에 개인용도가 아니라 행사가 끝난 뒤 연회에서 쓰기 위해 면세점을 이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교류재단은 이 해명을 인정하지 않고 전액을 돌려받았다. 한아랍소사이어티도 호텔바와 사우나에서 지원금을 사용한 것이 드러났다. 이 단체도 역시 올해 다시 지원 대상에 포함됐다.

지원금은 민간외교단체의 사업비로만 사용해야 하며 인건비나 사무실 임차료, 집기 구입, 공과금 등 운영경비로 사용하지 못하게 돼 있지만 이런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

아시아정당국제회의는 해외활동비 인건비 등으로 지원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나 교류재단으로부터 1032만4690원을 돌려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만 환급하고 나머지는 2011년 지원금에서 선(先)차감하는 편법을 썼다. 올해도 당연히 지원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 것이다.

교류재단이 지난해 지원금 집행 내용 감사를 통해 부적절한 사용 실태를 발견한 단체는 7개로 환수 금액은 모두 2420만3105원이다. 총액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부적절한 지원금 사용 명세가 발견돼도 다음 해에 다시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이는 한번 지원 대상이 되면 적어도 4, 5년은 지원을 받는 게 관행처럼 굳어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지원 대상 16개 단체 가운데 5개 단체가 2007년부터 지원을 받고 있다. 민간외교단체 대표들은 전직 장관, 전직 국회의원 등 저명인사들이 대부분이다.

구 의원은 “민간외교단체 대표는 유독 ‘거물’들이 많아 교류재단도 눈치를 보는 것 같다”며 “부적절하게 지원금을 사용한 사실이 드러났을 경우 지금처럼 부당하게 사용한 부분만 돌려받을 게 아니라 지원 결정을 취소하고 교부된 지원금 전액을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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