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주민투표 발의… 시작부터 기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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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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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24일 투표’ 공고… 폭우 피해로 속앓이
교육청, 헌재에 효력정지-권한쟁의심판 청구
한나라 “당차원 독려” 민주 “거부운동 할 것”

서울시가 무상급식에 반대하는 주민투표를 1일 공식 발의하자 한나라당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에 맞서 주민투표를 저지하겠다고 나섰고, 서울시교육청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반대운동을 본격화했다.

○ 서울시는 투표준비 시작

투표는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8시까지 실시한다. 소득 하위 50%의 학생을 대상으로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할지, 아니면 소득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초등학교는 올해부터, 중학교는 내년부터 전면적으로 할지를 묻는 내용이다.

서울시는 최근 발생한 집중호우 피해로 복구 작업에 전념하느라 지난달 28일로 예정했던 공식발의를 미뤄왔다.

발의와 동시에 투표운동이 시작됐지만 시는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복구 작업이 어느 정도 끝나는 대로 개표에 필요한 요건(투표율 33.3%)을 넘기려 애쓸 것으로 보인다.

이종현 서울시 대변인은 “법정 발의 기한을 넘길 수 없어 이날 공식발의를 했지만 현재 시정의 1순위는 수해 복구 및 원인 규명”이라며 “오세훈 시장도 수해복구 현장 점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와 서울시교육청은 학교 투표소 설치문제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서울시는 유권자가 찾기 쉬운 학교 투표소가 많을수록 유리하다는 판단 아래 협조요청을 했지만 시교육청은 묵묵부답이다.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5일 ‘투표가 치러질 것으로 보이는 8월 넷째 주에 투표소를 설치할 수 있도록 장소와 개표 요원을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시교육청에 보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논의를 진행 중이긴 하지만 투표 장소를 몇 곳으로 할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여야는 당 차원서 대응

서울시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발의를 공고한 1일 이종현 대변인이 서울시청에서 투
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서울시가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 발의를 공고한 1일 이종현 대변인이 서울시청에서 투 표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한나라당은 주민투표 공식발의를 계기로 지원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김기현 한나라당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무상급식은 주민의 뜻에 따라 결정될 문제”라며 “당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이번 주민투표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우선 서울시당을 중심으로 서울시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구축해 지원활동에 착수하되 필요에 따라 중앙당 차원에서 뒷받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주민투표법을 저촉하지 않으면서도 ‘전면 무상급식 반대, 단계적 무상급식 찬성’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구상하고 있다. 투표 독려 활동은 당 소속 서울시의원, 구의원, 핵심 당원을 중심으로 펼칠 계획이다. 정책위와 서울시의 당정회의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은 ‘무상급식 사수’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하기로 했다. 중앙당이 직접 나서 투표하지 말자는 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민주당은 다른 야당 및 시민단체와 함께 ‘부자 아이 가난한 아이 편 가르는 나쁜 투표 거부 시민운동본부’를 구성했다.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영등포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물난리 와중에 오 시장이 주민투표를 강행한다고 한다”며 “지금은 서울시민의 분열을 부추기는 주민투표를 강행할 때가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서울시교육청 법적 대응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서울시 주민투표 발의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1일 서울시 주민투표 발의와 관련해 서울 종로구 신문로 서울시 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권한쟁의 심판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낸다고 밝혔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지금까지 밝힌 대로 법적대응에 나섰다.

곽 교육감은 이날 오후 서울시교육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수해의 야단 속에서 오 시장은 182억 원이 들어가는 불법 주민투표를 기어코 발의했다”며 “한 개인의 정치적 입지를 위해 동원된 관제·불법 주민투표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그는 “오늘 오 시장이 발의한 주민투표안에는 청구사실 공표 시에는 없었던 ‘무상급식 지원범위에 관하여’라는 제목이 있다”며 “시장의 지원 범위를 말한다면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교육청 정책을 구속할 수 없고, 교육청의 지원 범위를 말한다면 서울시장의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곽 교육감은 “시교육청은 무상급식을 올해는 초등학교, 내년은 중학교 1학년부터 2014년까지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인데 주민투표안에는 ‘전면 실시’라고 돼 있다. 합리적인 사람은 ‘단계적 실시’를 선호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얄팍한 꼼수다”라고 비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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