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경찰 ‘수사권조정안 항의’ 첫 집단행동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6일 07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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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청원서 밤샘 토론회…"60년만의 기회 놓쳤다" 분노

1만명 연명해 국회의원에 서신…타 기관과 연대 성명

일선 경찰관과 경찰대생 수십 명이 최근 도출된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놓고 밤샘 토론회를 여는 등 경찰 내 반발 기류가 집단행동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 수사권 협상팀의 실무팀원 2명이 타 부서로 전출을 공식 요구하고, 경찰 간부가 합의안 무효를 주장하며 경찰청사에서 1인 시위를 벌인데 이어 일선 경찰들의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이 가시화됨으로써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26일 경찰에 따르면 일선 경찰관과 경찰대생 등 약 80명이 충북 청원군 강내면 석화리 소재 충청풋살체육공원에서 24일 오후 9시부터 25일 오전 5시까지 8시간 동안 최근 도출된 검·경 수사권 합의안을 두고 밤을 새워가며 마라톤 토론을 벌였다.

일선 경찰관들이 이같이 집단행동에 나선 것은 2005년 수사권 조정 때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특히 경찰대 동문회 등을 통한 간부들의 조직적인 움직임과 달리 이번 토론회는 일선에서 뛰는 실무 경찰들이 직접 나선 것이어서 경찰 수뇌부가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행사를 주도한 서울 소재 경찰서 김 모 경장은 "토론에 참여한 경찰 대부분은 간부로 분류되지 않는 일선 경찰들로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원 일부와 경찰대학생, 대학교수, 시민까지 포함해 약 80명이 최근 나온 검·경 수사권 합의안의 문제점을 놓고 밤새 열띤 토론을 했다"고 말했다.

토론회장 내부에는 '권한은 검찰이 쥐고 경찰은 책임만 진다'는 의미의 '권검책경(權檢責警)', '나는 대한민국 형사다. 수사권은 없다' 등 글귀가 나붙었고 "60여 년만에 온 기회를 놓쳤다"며 조정안에 대한 분노와 항의가 넘쳐난 것으로 전해졌다.

충청풋살체육공원 내 90㎡ 남짓한 1층짜리 건물에서 진행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특히 합의안 도출 과정에서의 절차상 하자를 거론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참석자들은 해양경찰청과 국가정보원, 정부 기관의 특별사법경찰 등 수사권을 지닌 기관이 많은데 조현오 경찰청장이 이들로부터 의견 수렴을 하거나 위임을 받지 않은 채 법무부 장관과 합의를 도출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형사소송법 196조1항의 '수사관, 경무관, 총경, 경정, 경감, 경위는 사법경찰관으로서 모든 수사에 관하여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는 문구 중 '모든'이라는 표현을 빼고 '지휘' 앞에 '적법하고 정당한'이라는 문구를 넣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당초 토론회에서 합의된 내용을 건의문 형태로 만들어 경찰청장에게 공식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같은 행동이 집단 항명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보고 따로 합의문을 작성하지 않고 각자 개인적으로 입장을 표명하기로 했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 5명이 현장을 방문해 토론 과정을 경청했으며 이를 조현오 경찰청장에게 25일 직보했다.

참석자들은 또 1만 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국회의원들에게 합의안 수정을 요구하는 서신을 발송하고 대학교수나 경우회 및 타 기관 노조와 공동 명의로 성명도 발표하기로 했다.

김 경장은 "경찰이 맡은 막중한 책임을 감안해 일과 이후 시간에 행사를 진행했다"면서 "10만 명의 경찰이 노력한다면 적절한 수사권을 갖게 될 날이 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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