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구리왕’ 차용규씨는 바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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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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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외탈세 혐의 조사 관련
현지 파트너 블라디미르 김씨 국세청에 자료제출 “내돈” 주장…

국세청이 역외 탈세혐의로 조사 중인 ‘카자흐스탄 구리왕’ 차용규 씨(53)의 재산과 관련해 차 씨의 사업파트너였던 카자흐스탄 고려인 3세 블라디미르 김 씨(49)가 “차 씨 자산의 실제 주인은 본인”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세무전문가들은 역외탈세 혐의는 법적인 소유자보다는 실제 소유자가 누구인가를 따지기 때문에 김 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차 씨에게 수천억 원 규모의 세금을 추징하려던 국세청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개연성이 높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또 차 씨의 자산이 ‘삼성물산의 비자금’ 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검경의 수사를 요구했던 시민단체들의 요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국세청 등에 따르면 김 씨는 최근 “차 씨는 이름만 빌려줬을 뿐이며, 그의 자산 대부분은 내 소유”라는 주장이 담긴 자료를 국세청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국세청이 차 씨에게 수천억 원에 달하는 세금을 추징하겠다며 세무조사를 벌이며 압박을 가하자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김 씨는 50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소유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부자 순위 200위권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삼성물산이 카자흐스탄에서 사업을 벌일 당시 현지 채용인으로 차 씨와 인연을 맺었다. 나이는 차 씨보다 네 살 어렸지만 뛰어난 사업수완을 지녔던 김 씨는 2004년 삼성물산이 보유한 카자흐스탄 최대 구리채광기업인 ‘카자흐미스’의 지분을 인수할 때 주도적인 역할을 맡았고, 카자흐미스의 새 회장이 됐다. 이전까지 상사였던 차 씨는 카자흐미스의 사장이 됐다.

이후 두 사람은 회사를 영국 주식시장에 상장시켜 대박을 냈고, 차 씨는 보유지분을 2006년 말과 2007년 4월 두 차례에 걸쳐 처분해 ‘1조 원의 사나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이후 차 씨가 이 자금의 일부를 한국에 들여와 부동산과 국내 기업 채권 등에 투자한 정황이 포착되자 역외 탈세 혐의를 둔 국세청이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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