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도권]‘청계천 토종 개구리 방사’ 없던 일로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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市 “생태계 혼란 막으려 계획 취소”… ‘제2 갈겨니 사태 우려 탓’ 해석도

서울시가 21일 청계천에 토종 개구리 3000마리를 방사하려던 계획을 갑자기 취소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개구리 방사는 ‘도심 생태계 복원’ 계획의 하나로 이미 언론을 통해 15일 발표한 내용이다. 시가 밝힌 이유는 “청계천 생태계에 혼란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생태·환경 분야 전문가들은 “토종 개구리 방사로 인한 생태계 혼란은 없다”고 단언하며 “다른 이유를 감추기 위한 변명”이라고 주장했다.

심재한 한국양서·파충류생태복원연구소 소장은 “개구리는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간 단계”라며 “청계천에 방사하면 이곳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가 우려하는 것은 ‘생태계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전면 무상급식 반대 주민투표를 앞두고 정치적 기로에 선 오세훈 시장을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이 반대편으로부터 흠집 잡힐 일을 아예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은 지난해 ‘청계천 갈겨니’ 사건으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갈겨니는 토종 물고기로 섬진강에서만 서식한다. 시는 지난해 청계천에서 갈겨니가 처음 발견되자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갈겨니를 청계천에 인공 방류한 사실을 지적하자 비난 여론이 일기도 했다.

개구리 방사를 준비한 시 관계자는 “청계천 개구리 방사가 ‘제2의 갈겨니 사태’로 비화할지 모른다는 정무적 판단이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청계천에서는 이미 개구리가 발견되고 있고, 방사로 인한 생태계 혼란이 없다는 전문가 견해도 구했다”며 일부 공무원의 ‘과잉 충성’을 지적했다.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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