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꿈 많은 17명에 희망의 손길을

  • 동아일보

부산 ‘이삭의 집’, 아동청소년그룹홈 희망인재상-희망돌봄상 수상 겹경사

“기상, 기상.” 매일 오전 5시 반이면 어김없이 부산 수영구 광안4동 ‘이삭의 집’에도 아침이 찾아온다. 황령산 끝자락에 아담하게 자리 잡은 이삭의 집은 개인이 운영하는 아동양육시설. 맏형 격으로 고3인 강인구 군(가명·18)은 친구들과 함께 초중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을 깨운 뒤 2, 3층 생활실 청소와 정리로 하루를 시작한다. 남들보다 일찍 모교인 D정보고에 도착해 학교 주변 청소와 수업준비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태권도 훈련에다 대학진학 공부도 소홀히 할 수 없어 오전 2시까지 바쁘게 보낸다.

강 군은 13일 그룹홈협의회가 주관하고 보건복지부가 후원하는 제3회 아동청소년그룹홈 희망인재상(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았다. 또 이날 주영숙 원장은 올해 처음 신설된 아동청소년그룹홈 희망돌봄상(〃)까지 수상해 경사가 겹쳤다.

7세 때부터 이삭의 집에 생활한 강 군은 소극적인 성격을 고치기 위해 태권도를 시작했다. D정보고에 전교 3등으로 입학한 그는 줄곧 전교 1등을 유지하고 있다. 태권도 4단인 그는 태권도 국제심판이 되는 것이 꿈. 강 군은 “저처럼 어려운 청소년들을 이끌어가는 영향력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1996년 문을 연 이삭의 집은 운영방식이 독특하다. 아이들이 들어오면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는 소질을 발굴해 동기부여와 함께 지속적으로 관리한다. 학교와 학원에는 시설에 있다는 사실을 알리지 않는다. 학부모 참관수업이나 학예회 등 학교 행사에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현재 있는 17명 모두에게 ‘엄마(원장)의 사랑’을 똑같이 나눠주는 것이 기본이다.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밝힐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고 아이들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히 보살핀다. 학교생활에서 흥미를 갖도록 자신감을 키워주고 운동도 열심히 시킨다. 소아정신과나 음악지도 등을 통한 심리치료, 독서치료도 병행한다. 이런 보살핌으로 현재 초등학생 7명은 평균 90점 이상을 유지할 정도로 성적이 우수하다.

그러나 최근 경기침체로 후원금이 줄어든 데다 물가상승까지 겹쳐 운영에 어려움이 많다. 빵이나 과일 등 간식 후원은 거의 끊겼다. 최근 부산지역 저축은행 금융사고, 동일본 대지진, 공동모금회 횡령사건 등으로 사회적 관심까지 떨어졌기 때문. 이삭의 집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지원을 받지 않아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문을 닫아야 할 형편이다. 주 원장은 “힘든 여건에서도 꿈을 키워가는 아이들이 희망의 싹을 틔울 수 있도록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51-756-1750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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