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넓이가 54만8239m²(약 16만5842평)인 땅엔 1000여 명이 여러 계파로 나뉘어 살고 있었다. 서울동부지법과 동부지검 등이 옮겨와 법조타운이 만들어질 서울 송파구 문정동 350 일대 문정지구 얘기다. 현재 착공은커녕 수많은 계파의 사람들이 남아 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때 ‘벌통 알박기’ 보상 비리와 투기로 떠들썩했던 이곳을 8일 다시 찾았다.
애초 문정지구는 문정지구 바로 옆에 조성된 쇼핑몰 가든파이브와 문정동 로데오거리, 또 현재 조성 중인 위례신도시와 함께 송파권역의 경제 활성화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반년 가까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문정지구는 이미 지난해 6월까지 법적으로 보상이 모두 완료돼 올해 착공에 들어갔어야 했다. 하지만 아직도 원주민 중 일부와 사업계획 확정 후 이주해온 사람들이 추가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현재 보상금 증액 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구체적인 이주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이곳을 떠날 수 없다는 것.
서울 송파구 문정지구가 2012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공사를 시작했지만 일부 주민의 추가 보상금 지급 문제 등으로 표류하고 있다. 이들은 주거용 비닐하우스(가운데 검은색 건물)를 짓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오른쪽 뒤편으로 쇼핑몰 가든파이브가 보인다. SH공사 제공
비닐하우스에서 농작물을 재배하고 살아온 233가구 중 167가구는 보상을 받고 임대아파트로 떠난 지 오래다. 남아 있는 이들은 임대아파트가 아닌 특별분양아파트를 요구하거나 축산 보상 생활대책으로 상가 지분권을 원하고 있다. 문제는 예전부터 축산업을 해왔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객관적인 증빙서류를 아무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이들은 사업자등록증이나 출하실적, 판매실적을 알 수 있는 거래처 등 보상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문정지구에서 축산업을 하고 산 지 10년이 넘었다는 김모 씨(56)는 “서류상으로 증명할 수 없다고 무조건 나가라고 하니 막막할 뿐”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건 앞으로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집”이라고 말했다.
○ SH공사 “더는 손놓고 있을수 없다”
문정지구에는 지금까지 토지 보상비로만 모두 9680여억 원이 투입됐다. 2005년 법조단지와 미래형 업무시설이 들어서기로 결정된 후 2012년 완공을 목표로 사업이 진행됐다. SH공사는 사업을 더 지연시킬 수 없어 주민이 모두 나간 곳부터 기초 토목공사를 시작하려 했다. 하지만 이마저 이곳에 남아 있는 주민이 몸으로 막아서고 있다. 송파구는 이들의 시위와 민원제기 때문에 선뜻 행정집행 명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결국 하루에 1억3200만 원에 이르는 금융 이자비용 때문에 재정부담이 이어지자 SH공사는 이달 강제철거를 한 후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SH공사는 주민의 자진 이주를 돕기 위해 임대주택 162채를 마련했지만 신청자는 16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고희복 SH공사 보상팀장은 “토지와 건물에 대한 법적 보상이 완료돼 15차례 이상 자진 이주를 촉구했지만 이곳을 무단 점유하고 있는 이들 때문에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며 “더는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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