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님 ‘의약품 슈퍼판매’ 질의 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4일 03시 00분


‘진퇴양난’ 복지부, 김금래 의원 찾아가 부탁까지
질문후엔 보도자료도… “국회, 票 신경쓰느라 소극적”

“청와대는 하라 하고, 국회는 나 몰라라 하고….”

보건복지부가 일반의약품(OTC)의 슈퍼 판매를 추진하기 위해 약사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지만 국회가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하자 난감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여론의 뭇매와 국회의 압력에 곤혹스러워하는 것.

8일 국회 사회분야 대정부 질문이 끝난 뒤 복지부는 ‘국회 대정부 질의 중 김금래 의원의 의약품 구입 불편 해소 관련’이라는 보도 자료를 급히 뿌렸다. 자료에는 김 의원이 △현행 약사법상 일반의약품을 약국 외 장소에서 판매하는 게 가능한지 여부 △약국 외 장소에서의 의약품 판매의 필요성과 조치 계획을 물었다는 것과 진수희 복지부 장관이 “감기약의 약국 외 판매가 가능하도록 약사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답했다는 내용이 실려 있다. 보기에 따라선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선전하는 문서 같았다. 국회의원의 질의 내용을 자세히 담은 보도자료를 행정부처가 배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었다.

이날 대정부 질의에 나선 여야 의원 가운데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에 대해 질의한 의원은 비례대표인 김금래 의원 단 한 명뿐이었다. 여론이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국회는 공론화를 꺼리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날 김 의원의 질의조차 복지부가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복지부 관계자는 “일반의약품의 슈퍼 판매에 대해 여론이 비등했는데도 미리 받은 질의서에는 단 한 건의 질문도 없었다”며 “결국 의원실에 질의해 줄 것을 부탁해서 복지부의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복지부가 약사법을 개정하는 대신 특수 장소를 확대해 의약품의 슈퍼 판매를 하려 했던 데는 이유가 있지 않았겠느냐”며 국회의 ‘복지부동’을 탓했다. 김 의원은 "평소 의약품 슈퍼 판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봤기 때문에 질의를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13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약사법 개정에 부정적인 의견을 교환했다. 원희목 한나라당 의원은 “대통령이 계획한 대로 약사법 개정을 통해 감기약, 해열진통제까지 일반 슈퍼에서 팔게 된다면 기존 약국에서 판매하던 70% 정도가 일반 유통 채널로 가게 된다”며 “결국 동네 상권이 몰락할 것”이라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같은 당 박상은 의원도 “일반약의 약국 외 판매를 위한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에 넘어와도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이 다루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15일 열리는 중앙약심에서 의약품 재분류에 대한 약사와 의사 간의 합의안이 나온다고 해도 국회의 벽을 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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