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농약살해 미수’ 배심원 “무죄”- 법원 “유죄”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살인의도 확실하지 않아도 사망케 할만한 가능성 인식”
재판부, 징역2년-집유3년 선고

남편의 잦은 폭력에 시달려오다 물병에 농약을 넣어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50대 주부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법원이 배심원단의 ‘전원 무죄’ 평결에도 불구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광주지법 형사1부(재판장 박강회 부장판사)는 1일 농약을 탄 물을 마시게 해 남편을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주부 김모 씨(50)에게 살인미수죄를 적용해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씨는 자신이 죽을 생각으로 농약을 탔다고 진술했지만 의도와 관계없이 농약을 탄 사람이 김 씨인 것은 분명하다고 판단된다”며 “물병에서 채취된 지문이 ‘감정불능’ 처리됐지만 김 씨 것이 아니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재판부는 “김 씨가 당시 남편을 사망케 할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며 “확실한 살인 의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고 밝혔다.

김 씨는 지난해 9월 중순경 전남 신안군 자신의 집에서 남편이 평소 물을 담아 마시던 1.5L들이 페트병에 농약을 넣어 부엌에 놓아둔 혐의로 기소됐다. 김 씨 남편은 같은 달 25일 이 물통을 갖고 염전에 나가 일을 하다 마신 후 쓰러졌으나 동료의 도움으로 병원으로 옮겨져 목숨을 건졌다. 김 씨는 조사 과정에서 “남편과 사이가 좋지 않은 다른 사람의 범행이거나 이혼 과정에서 경제적 이득을 노린 남편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참여재판 배심원단은 이 같은 김 씨의 주장 등 주요 쟁점에 대한 공개심리를 지켜본 뒤 만장일치로 무죄 평결했다.

광주=김권 기자 goqu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