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한인 갱단 조직원 출신으로 멕시코에서 살던 교포가 수억 원대 히로뽕을 밀수해 국내에 팔아오다 검찰에 적발됐다. 국내로 밀반입되는 마약은 주로 중국산으로 멕시코발 마약 밀수범이 적발된 것은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희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마약밀수범 문모 씨(42)를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 처음 드러난 중남미발 밀수 루트
아홉 살이었던 1978년 미국으로 이민을 간 문 씨는 캘리포니아 주를 주 무대로 국제 마약거래를 일삼는 미국 내 최대 규모 한인 폭력조직인 LGKK(Last Generation Korean Killers) 출신이다. 미국에서 강도죄로 기소돼 12년을 복역한 뒤 2001년 한국으로 추방됐다. 한국에 와서 초기에 무슨 일을 했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하지만 2008년 10월 국내에서 마약을 거래하다 적발돼 2009년 2월 징역 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는 2009년 6월 출소 후 멕시코로 건너갔다.
문 씨는 멕시코에서 팔리는 히로뽕 가격이 국내의 10분의 1 수준이어서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국내 판매책으로부터 마약을 보내달라는 연락을 받자 문 씨는 2009년 12월부터 소량(5∼20g)으로 쪼갠 마약을 국제 특송화물을 통해 서울 부산 인천 등 전국으로 보내기 시작했다. 2009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문 씨가 크리스마스카드나 장신구 속에 숨겨 국내에 화물로 보낸 히로뽕은 시가 9억 원에 이르는 287g. 1회 기준으로 9500여 명이 한꺼번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 한·미·일·멕시코 4개국이 공조한 추격전
미국 마약청(DEA)은 지난해 1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발송돼 화물 경유지인 미국 멤피스를 거쳐 한국으로 배송되는 화물 안에서 수상한 종이 상자를 발견했다. 상자 안에 든 평범한 앨범에서 비닐봉투에 든 흰색 히로뽕 가루가 나왔다. 한국 검찰과 DEA가 문 씨가 범인이라는 것을 포착해 인터폴 적색 수배를 내린 지 5개월 만인 지난해 2월 문 씨는 멕시코에서 검거됐다.
멕시코 이민국 수용소에 잠시 수감된 문 씨는 검거 8일 만에 탈옥했다. 멕시코 수사 당국은 문 씨가 수용소에 설치된 허술한 석고보드 벽을 뚫고 탈옥했다고 주장했지만 조사 과정에서 멕시코 이민국 공무원에게 뇌물 2만 달러를 주고 풀려난 것으로 드러났다.
문 씨가 도주한 뒤 수사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국제 현상수배령으로 수사망이 좁혀 오고 현지 마약 조직들로부터 위협을 받자 문 씨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제 발로 다시 경찰서를 찾았다. 멕시코에서 국내로 오는 직항 한국 국적기가 없어 올해 5월 문 씨는 일단 일본으로 강제 송환됐다. 일본 공항에서 기다리던 일본 경찰의 협조로 문 씨는 다시 한국 국적기에 올랐다. 비행기 기내에서 체포영장이 집행되면서 멕시코에서 한국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마약 루트에 대한 수사는 1년 6개월에 걸친 한국 미국 일본 멕시코 등 4개국의 끈질긴 공조로 대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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