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감사’ 막으니 기존 감사 줄줄이 재선임

  • 동아일보

증권사 6곳 금감원 출신 연임

저축은행 사태 이후 금융감독원 퇴직간부가 금융회사 감사로 내려가는 ‘낙하산 감사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에서 3월 결산 증권사들이 줄줄이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을 재선임해 눈총을 사고 있다. 금융회사들이 ‘낙하산 인사’에 대한 쇄신 여론을 외면한 채 복지부동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사 42개 중 올해 정기 주총 시즌에 금감원 출신 상근감사의 임기가 끝나는 곳은 모두 17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현재까지 차기 감사를 선임한 곳은 11곳이며, 이 중 현대 한국투자 동부 신영 NH투자 SK증권 등 6개 증권사가 기존 관행대로 금감원 출신 감사를 연임시키기로 했다.

현대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27일 주총에서 금감원 출신인 임승철 감사와 김석진 감사의 재선임을 결정한다. NH투자증권과 SK증권도 윤진섭 감사와 김성수 감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올렸다. 차기 감사를 결정하지 못한 증권사도 금감원 출신 감사를 재선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대신 등 5개사는 기존 상근감사를 비(非)금감원 출신으로 바꾸거나 감사위원회를 구성했다.

대신증권은 금감원 국장 출신인 윤석남 감사위원 후보가 사임하면서 김경식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 상무를 후임으로 내정했고, 한화증권은 금감원 출신 허위진 감사 후임으로 손승렬 전 한화증권 상무를 선임했다.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은 나홍문 전 산은캐피탈 검사실장을 상근감사로 앉혔으며 애플투자증권은 상근감사직을 비상근으로 전환한 뒤 이성동 앤리서치 대표를 선임했다. 이트레이드증권도 상근감사직을 없애고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 등 세 명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만들었다.

기존 금감원 출신 감사들의 재선임 결정이 잇따르면서 비상근 사외이사 중심의 감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한다는 금융당국의 복안이 무색해지는 상황이다. 낙하산 관행 개선 여론이 높지만 ‘여론은 짧고 금감원 검사는 길다’는 현실론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교체를 고민하기도 했지만 다른 적임자를 찾기 어려워 연임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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