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KAIST교수 부인 “학자 명예는 목숨과 같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11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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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내사이트에 유족 근황-학교 구조적 문제 지적

교육과학기술부 감사 결과를 통보받고 고민하다 지난달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부인이 유족의 비통함을 전하는 한편 학교의 안일한 판단과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11일 KAIST에 따르면 생명과학과 고(故) 박모 교수의 처라고 밝힌 S 씨는 이날 학내 커뮤니티 사이트에 '총장님을 비롯한 모든 카이스트인들께'라는 제목으로 A4용지 두장 가량 분량의 글을 게재했다.

이 글에서 박 교수의 부인은 "최우수 교수, 올해의 KAIST인으로 뽑힐 만큼 훌륭한 연구 성과를 보인 교수를 연구비 유용이라는 문제로 걸어 교과부와 세상에 알리는 것이 총장과 KAIST가 도덕적이고 깨끗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느냐"고 물었다.

그는 "우리 학교는 이 정도의 교수까지 철저히 조사한다는 식의 과시는 없었는지, 총장 개인과 교과부간 긴장관계가 이 일에 조금의 영향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느냐"고 적었다.

또 대학원총학생회를 향해서는 "암묵적으로 교수와 학생들 간 동의 아래 시행돼온 랩(Lab)비 문제에 대해 제도적인 문제점을 지적해 시정시키려는 노력 없이 특정 교수를 지목해 문제를 제기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냐"며 "교수와 학생이 사제관계라기보다 마치 노사관계처럼 돼버린 현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이어 "학자에게 명예와 자존심은 목숨과 같다고 생각한다"고 전제하고 박 교수가 감사를 받는 동안 참을 수 없는 모욕감에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괴로워했다고 전하면서 감사가 인격적인 모독이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KAIST로부터 남편의 일과 관련해 어떤 경위 설명도 듣지 못했다"며 "KAIST의 중단 없는 발전을 위해 이런 희생쯤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니 서둘러 덮어버리고 싶은 것이냐"고 섭섭함도 내비쳤다.

박 교수의 부인은 "이제 KAIST라는 단어만 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지만 남편이 학생들과 함께 했을 때, 학교에서 인정을 받았을 때 가장 빛나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에 KAIST를 원망하며 살고 싶지는 않다"며 "안녕 KAIST.."라고 글을 맺었다.

한편 박 교수의 부인이 글을 올린 이날 KAIST는 박 교수가 참여한 초고강도 전도성 섬유 제조기술 개발 연구성과가 독일에서 발간되는 재료분야 저명 학술지인 '어드밴스트 머티리얼스(Advanced Materials)' 3일자에 표지논문으로 소개됐다고 발표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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