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혐의 권혁 시도상선 회장 역대최대 4101억원 추징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12일 03시 00분


국세청 “8000억 벌고 세금 0원”… 權회장측 “홍콩에 본사… 세금 다내”
“한국의 오나시스인가, 희대의 稅盜인가” 논란

‘한국의 오나시스’인가, 부정한 방법으로 부를 축적한 세금도둑(稅盜)인가.

해외에 나가 자수성가해서 수조 원의 재산을 모은 ‘국제 선박왕’과 그가 설립한 해운회사가 첨단수법을 동원해 해외 탈세를 했다는 혐의로 국세청으로부터 4100억 원이 넘는 세금을 추징당했다. 국세청은 해당 기업과 이 기업의 사주(社主) 이름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본보 취재 결과 홍콩에 근거지를 둔 시도상선과 권혁 회장(61·사진)인 것으로 확인됐다.

권 회장은 국세청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법정에서 진실을 가리겠다고 나서 세인의 이목을 집중시킬 조세소송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청은 올해 1분기 시도상선 및 권 회장 등을 포함한 41건의 해외 탈세에 대해 모두 4741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11일 밝혔다. 이 가운데 87%에 이르는 4101억 원은 권 회장과 시도상선에 부과됐다. 세금을 내지 않을 목적으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워 약 8000억 원의 소득을 탈루했다는 이유에서다. 권 회장 개인에게는 약 2800억 원의 종합소득세, 시도상선에는 1300억 원가량의 법인세가 추징됐다.

시도상선이 권 회장 개인의 회사라는 점을 감안할 때 국세청이 개인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한 뒤 부과한 금액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추징세액이다. 국세청이 200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SK 분식 회계 사태’ 때 SK그룹의 탈루소득 4065억 원을 찾아내 1499억 원의 세금을 추징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번 추징 규모가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할 수 있다.

국세청은 또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권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검찰청은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에서 수사하도록 했다. 권 회장은 지난해 10월경부터 지난달까지 6개월간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받았으며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황이다. 국세청은 권 회장이 국내에 근거지를 두고 사업을 하면서도 조세피난처 거주자로 위장했고, 시도상선 역시 세법상 내국 기업인데도 외국 법인으로 위장했다고 밝혔다. 또 벌어들인 소득을 스위스, 케이먼 제도, 홍콩 등의 해외계좌로 관리하면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았다는 것이 세무조사 결과다.

김문수 국세청 차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내 비(非)거주자, 외국 법인으로 위장한 사례는 대한민국의 과세권을 원천적으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세계 어느 국가에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려는 대담한 탈세 시도”라고 말했다. 또 “대규모 해외 탈루와 세금 무납부를 핵심 경쟁 우위 수단으로 삼아 사업을 확장했다”며 “조세정의에 대한 도전이자 공정한 경쟁질서를 훼손하는 중대하고 심각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시도상선의 한국 대리인은 본보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세청 발표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르다. 우린 홍콩 세무당국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며 “조세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이미 로펌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린 한국에서 한 푼도 해외로 가져가지 않았으며 오히려 해외에서 돈을 벌어 한국에 투자했다”며 “국세청이 조세 포탈로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해서 그렇게 하라고 했다.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권 회장이 전설적인 그리스 선박왕 오나시스와 같은 길을 걸어온 인물인지, 아니면 세금을 탈루해서 편법적으로 부를 축적해온 부도덕한 기업인인지 밝히는 일은 이제 검찰 수사의 몫으로 넘어가게 됐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김기용 기자 k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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