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차드 도고레 마을을 방문한 가수 이승철 씨가 이곳에 세워진 임시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함께 프랑스어 읽는 법을 공부하고 있다. 이 씨는 도고레 지역에 보건소와 유아원 등이 갖춰진 학교 건물을 세워 달라며 2억 원을 기부했다. 도고레=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보건실이 갖춰진 학교만 있었으면 안 아팠을 텐데….”
아프리카 최빈국 차드의 수도 은자메나에서 동남쪽으로 17km 떨어진 다사 마을에 사는 카피자 아바카르 양(8)은 앞을 보지 못하는 후천성 시각장애인이다. 한 살 때 눈자위의 이물질을 털기 위해 눈을 세게 비빈 게 화근이었다. 덧난 상처는 시신경을 서서히 죽였고 밖으로는 눈꺼풀이 튀어나올 정도로 혹이 자라났다.
박근선 굿네이버스 차드 지부장은 “인근에 학교만 있었으면 아바카르 양이 시력을 잃지 않았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이 지역에서 아플 때 학교를 찾는 것은 선진국 원조로 만들어진 학교가 대부분 보건실과 유아원 등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박 지부장과 함께 이곳을 둘러본 가수 이승철 씨(45)는 이들의 딱한 사정을 듣고 다사 마을 인근의 도고레 마을에 학교를 지을 수 있도록 2억 원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차드의 수도인 은자메나에는 시설이 괜찮은 병원이 있긴 하다. 하지만 이 병원의 진료비는 어머니가 농사 날품을 팔고 얻어온 식량으로 하루 한 끼만 먹고 사는 아바카르의 가족에게는 엄두를 낼 수 없을 만큼 비싸다. 아바카르의 어머니 니다 치우나 씨(24)는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갈 돈도 없었지만 일을 하느라 병이 커지고 있는지 지켜볼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사 마을에서 2km가량 떨어진 도고레 마을에는 임시학교가 있지만 보건실이나 유아원은커녕 교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다.
이 씨가 기부한 돈은 도고레 마을 임시학교에 보건실 유아원 등을 포함한 학교 건물을 짓는 데 쓰인다. 마을을 둘러본 이 씨는 “절친한 친구인 연예인 고 박용하 씨가 파샤아테레 지역에 세운 ‘요나스쿨’이 학생뿐 아니라 마을 사람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몇 명에게 일회성으로 지원하는 것보다 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혜택을 줄 수 있는 기부 방법은 보건실 등을 모두 갖춘 학교를 짓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류스타로 잘 알려졌던 박용하 씨는 2009년 8월 차드를 방문했으며 이 지역의 딱한 처지를 듣고 5300여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9월 개교한 요나스쿨은 지금은 보건실 시설을 짓고 있다. 요나스쿨 건축을 담당했던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현재 박용하 씨 후원 외에 추가로 기부를 받아 유아원과 보건실을 짓고 있다”며 “이 건물이 완공되면 마을 주민들이 의료와 보육 혜택을 동시에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건실 외에도 마을 사람들이 받는 혜택은 적지 않다. 아이들은 중노동을 하는 대신 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됐다. 하룬 압드라만 씨(19)는 시장까지 매일 20km를 걸어 소나 양을 파는 일을 했지만 이제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압드라만 씨의 꿈은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다. 어린아이들 때문에 집에 묶여 있던 어른들도 이제는 신경을 덜 쓰게 돼 소득도 조금 늘었다고 한다.
박 지부장은 “학생들이 일하는 대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 학생 한 명에 연간 3만 원 정도만 있으면 된다”며 “큰 기부도 귀중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많은 사람이 소액이라도 이들을 위해 기부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후원 문의 굿네이버스 1599-0300, www.gni.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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