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블루오션’을 찾아라]<2>관광·전시 컨벤션(MICE)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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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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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관광 이중효과… 엑스포 하나로 ‘제조업 3조어치’ 고용

내년 5월 ‘2012 여수세계박람회’가 열리는 전남 여수신항 일대는 개최를 400일 가까이 앞두고 공사가 한창이다. 박람회 준비 인력들이 인근에 상주하면서 한적했던 해변가 마을은 활력이 넘친다. 174만 ㎡의 용지에는 각종 전시장과 호텔, 항만 등 부대시설들이 들어서며 약 3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될 예정이다. 여수=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지난달 28일 오전. 전남 여수공항에서 내려 여수세계박람회장까지 가는 곳곳에 자동차전용도로와 고속철도(KTX) 역사, 호텔 등 각종 공사 현장이 있었다. 내년 5월 개최까지 400여 일을 앞두고 ‘여수시는 공사 중’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여수시에는 엠블호텔 282실, 디오션리조트 141실 등 7, 8개의 호텔이 건설 중이며 올해 말부터 완공될 예정이다. 2조10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 여수엑스포는 이로 인한 일자리 창출 규모가 엑스포 전시장 종사자들만 최소 1만 명이다. 의료산업과 함께 서비스산업의 쌍두마차로 불리는 관광·전시 컨벤션(MICE·Meeting, Incentive Travel, Convention, Exhibition) 산업은 정부가 일찌감치 신성장동력 사업 및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로 정했다. 전시산업의 취업유발계수는 매출 10억 원당 18.5명, 관광산업은 15.5명으로 제조업(9.2명)에 비해 두 배나 높다. 이처럼 관광·MICE산업은 일자리 창출 잠재력이 크지만 한국은 숙박시설과 대표 관광상품 부재, 대규모 시설 부족, 해외 홍보 등에서 해외 국가들에 뒤져 있다. 》
○ 여수-영암 “건설중”
엑스포 일자리 3만개 ‘시동’… F1경기장 인근도 개발 바람


여수시 덕충동 박람회장 용지 인근에는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자가용과 관련 운반 차량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다. 이곳에서 일하는 건설 관련 종사자들만 2000여 명. 박람회를 준비하는 이들이 인근에서 상주하면서 한적했던 해변가 마을이 활력으로 가득 차 있다.

대회가 다가올수록 사람들이 몰리면서 활력을 더해 간다. 7월부터는 서울에 있는 조직위 사무실이 이전해 240명이 여수로 내려오고 각국에서 전시 준비를 위한 인력들이 속속 들어온다. 장동구 여수시 세계박람회지원단 팀장은 “여수엑스포로 인해 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들이 지어지면서 개발이 20년은 앞당겨지고 일자리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5월 시작되는 ‘2012 여수엑스포’는 국내에서 열리는 가장 큰 관광·MICE 행사 중 하나다. 취업유발계수로 단순 계산하더라도 약 3만 명의 일자리가 창출된다. 제조업에서는 3조2600억 원을 투입해야 나오는 일자리다.

지난해를 시작으로 2016년까지 매년 열리는 전남 영암 포뮬러원(F1) 국제자동차경주대회도 일자리 창출 효과가 적지 않다. 지난달 29일 오후에 방문한 자동차 경주장에서는 5월까지 마무리 예정인 관람석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지난해 외국인 관광객 9000여 명을 포함해 10만 명이 이곳을 방문했다. F1대회 이외에도 이곳에서는 각종 국내 동호회 행사와 기업의 신차 발표회 등이 열리고 있다. 박건주 F1 조직위원회 숙박팀장은 “지난해 대회 기간에 영암, 목포 등 인근 지역에는 먹을 것이 동나고 잘 곳이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렸다”며 “이런 효과로 경기장 주변에 골프장, 호텔 등 관광레저산업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정부는 관광산업을 육성해 2014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1200만 명을 유치해 총 4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고 2012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0.28%인 32억 달러 규모로 MICE산업을 키울 계획이다. 하지만 이를 실현하려면 발상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수세계박람회는 행사가 끝난 뒤 활용이 잘되지 않았던 대전엑스포를 반면교사로 삼아 관광코스로 만들기 위한 장기적인 활용 계획을 세워야 하고, F1대회는 지난해 매끄럽지 못했던 티켓 판매, 교통 체증, 숙박시설 부족 등 문제들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인프라 부족 여전
고양시 행사에 숙소 모자라… 여주-이천까지 4시간 왕복


2009년 5월 광주에서 열린 ‘세계 해외한인 무역대표자 회의’를 주관한 고석화 미국 윌셔은행 회장은 참석자들이 숙식 문제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 바람에 곤혹스러웠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고국을 찾은 해외동포 경제인 1000여 명은 10여 개 호텔로 나뉘어 숙박을 해야 했지만 대부분 이름만 ‘호텔’이고 모텔에 가까웠다.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곳도 많지 않아 참석자들이 아침마다 수십 명씩 떼 지어 식당을 찾아 헤매고 다녀야 했다. 고 회장은 “인프라만 좀 갖춰지면 수익도 올리고 고용도 늘릴 수 있을 텐데 안타까운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수도권도 대규모 행사를 치르기는 역부족이다. 2009년 6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다국적기업 ‘허벌라이프’ 박람회는 외국인 2만여 명이 참석한 대규모 행사였지만 관광·MICE산업 인프라 부족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줬다. 김용철 한국MICE협회 사무총장은 “호텔 예약이 안 돼 일부 참가자는 경기 여주나 이천의 모텔에서 자고 일산까지 와야 해 길에서 왕복 4시간씩 넘게 허비했다”고 말했다. 이런 고생을 한 외국인들이 다시 한국에서 박람회가 열린다면 외면할 것이 뻔하다.

대규모 국제행사 유치를 통해 더 많은 고용 효과를 낳기 위해서는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강욱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소득이 높아진 중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을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가격이 높더라도 질 좋은 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관광명소마다 안내 및 가이드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서울만 벗어나면 제대로 갖춰진 관광인프라가 없다.

관광·MICE와 쇼핑, 의료 등 다른 분야와의 연계도 부족하다. ‘말레이시안 그랑프리’가 열리면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대대적인 쇼핑 페스티벌이 열려 관광객들이 지갑을 열도록 만든다. 하지만 F1대회가 열리는 전남 영암은 물론이고 바로 옆 도시인 목포에도 백화점이 없을 정도로 제대로 된 쇼핑시설이 없다.
○ ‘샌드위치’ 탈출을
日 스시 같은 대표상품 아쉽고… 싱가포르-상하이에 시설 밀려


한국 하면 떠올릴 ‘국가대표’ 관광 상품이 부족한 것도 문제다. 자연과 문화 자원은 중국, 태국 등에 밀리고 테마파크, 카지노 등 인공자원은 싱가포르, 홍콩, 일본 등에 밀리는 ‘샌드위치’ 같은 형국이다. 정부도 드라마, K-POP 등 동아시아 한류 열풍을 이용하고 막걸리 등 한식을 대표 상품으로 밀고 있지만 일본의 ‘스시’, ‘료칸’ 등에 비하면 아직 자화자찬 수준에 불과하다.

싱가포르는 지난해 센토사 섬에 34억 달러를 투자해 대형 리조트와 유니버설스튜디오를 마련하고 4월에는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를 열고 3000개가 넘는 객실과 카지노, 회의 및 전시시설을 개장했다. 이로 인해 80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관광객 증가에 힘입어 지난해 2분기에만 GDP가 무려 19%나 성장했다.

또 한국은 주변 국가에 비해 대형 전시장이나 MICE산업 인프라가 취약하다. 마카오는 2007년 베네치안 마카오를, 싱가포르는 지난해 마리나베이샌즈를 열었다. 상하이도 2010년 엑스포를 계기로 푸둥전시장을 2017년 20만 m²로 대규모 확충하는 등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동북아 허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도 1988년 서울 코엑스 건립 이후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해 전국에 12개 전시·회의시설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지은 탓에 외국처럼 그 나라를 대표하는 대형 전시장이 없다.

이에 따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틈새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에서는 게이나 레즈비언 관련 행사를, 독일의 컨벤션 기업들은 부동산 투자, 섹스산업, 보트, 여행용 트레일러, 출판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 주영민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국제회의는 유치에 힘이 들지만 전시는 만들어낼 수 있는 만큼 국내에 강점이 있는 산업을 토대로 새로운 전시회나 박람회를 만들어 대표 브랜드를 만드는 방식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된다”고 말했다.

여수·영암=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 ‘축제’의 남이섬… ‘평온’의 올레길… 아이디어의 힘 ▼
관광브랜드 가치 높인 사례


지난해 7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국가고용전략회의’를 연 곳은 강원 춘천시 남산면 방하리 남이섬이었다. 남이섬이 국제적인 관광지로 거듭나면서 나타난 고용 효과를 강조하기 위해 이곳에서 회의를 연 것이다.

남이섬은 2001년 12월 드라마 ‘겨울연가’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대만과 일본, 중국 등 해외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등 연간 200만 명(외국인 25만 명) 이상이 찾는 국제 관광지로 발돋움했다. 남이섬에서는 2005년부터 세계 40여 개국이 참가하는 책나라 축제를 비롯해 세계청소년공연축제 등 다양한 축제가 연중 펼쳐지고 있어 부수적인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 발전 효과도 크다.

국내 관광산업은 아직 부족한 면이 많지만 남이섬처럼 좋은 아이디어만 접목되면 가능성을 보이는 곳도 많다. 지난해 제주도는 외국인 관광객 70만 명을 포함해 연간 방문객이 700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 사투리로 ‘집 마당에서 마을길로 이어지는 어귀길’을 뜻하는 올레길은 산책 관광코스로 높은 브랜드가치를 발휘하며 관광객을 끌고 있다.

정부도 관광·MICE산업 육성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2014년까지 관광호텔을 3만7000실 늘리기 위해 주상복합에 관광호텔이 들어설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고 감정가 이하로 토지를 공급하도록 도시개발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숙박시설 문제가 도마에 올랐던 F1대회 조직위원회에서는 인근 관광지에 오토캠핑카 30대, 텐트촌 200동 등 ‘F1 캠핑촌’을 마련해 대체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창의적인 대안도 마련하고 있다.

MICE 행사를 하러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을 위한 관광코스 패키지 개발도 추진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관계자는 “계절에 따라 축제 행사와 연계하거나 의료, 한식, 생태 등 테마에 따라 연계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며 “회의 참가 후에도 고가 관광이나 건강검진, 고가쇼핑과 같은 소비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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