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지통]유치장 간 보험女王 ‘세일즈 본능’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4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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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만 지고 갑니다. 다음에 잘되면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고객으로부터 117억 원의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지난달 말 서울 중부경찰서에 구속된 ‘보험의 여왕’ 이모 씨(47). 이 씨는 경찰서에서도 녹슬지 않은 세일즈 본능을 드러냈다. 1998년 모 생명보험사에 보험설계사로 입사한 이 씨는 매일 새벽 동대문상가를 드나들며 상인들과 ‘이모, 언니’로 지내는 등 특유의 수완으로 2005년부터 다섯 차례나 전국 보험왕에 선정된 인물이다.

▶본보 3월 31일자 A14면 ‘보험왕’이 100억대 ‘사기왕’으로

수감된 이 씨는 검찰에 송치되기 전 박노현 중부경찰서장과 유치장 담당 직원에게 A4 용지 석 장짜리 편지를 썼다. “처음 와본 경찰서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며 편지를 시작한 이 씨는 “(조사받는 과정에서) 말 한마디도 상처받지 않게 따뜻하게 건네던 경찰 아저씨들이 너무 고마웠다”며 “죄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 대우해줬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에 봉사활동을 할 기회가 되면 중부경찰서에서 꼭 하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중부경찰서 파이팅”으로 편지를 마무리했다. 경찰 관계자는 “혐의 사실을 인정하는 등 수사에 협조를 잘해 인간적인 대우를 해줬는데 이 때문에 편지를 보낸 것 같다”며 “구속된 상황에서도 만난 사람을 관리하는 이 씨의 비상한 능력에 우리도 감탄했다”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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