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교과서 독도 왜곡 파문]“독도 불법점거” 4종으로 늘어… 사진 써가며 노골적 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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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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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사회교과서(공민 지리 역사)는 독도(일본명 다케시마·竹島)는 물론이고 고대사와 근현대사 기술에서도 크게 개악됐다. 한국의 독도 점유를 ‘불법’이라고 규정한 교과서도 4종에 이른다. 또 강제병합 및 강제동원 등과 관련한 역사적 기술에 대해서도 객관성을 잃은 표현이 곳곳에 드러났다. 》
○ 더욱 노골적인 독도 영유권 주장

일본 중학교 교과서의 독도 관련 기술은 한층 대담해졌다. 종전까지만 해도 독도에 대한 구체적 기술은 피하고 지도상에서 일본 영토로 표기하거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포함시키는 데 그쳤지만 새 교과서는 구체적인 기술은 물론이고 사진과 지도까지 실어가며 노골적으로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지리교과서 4종 가운데 종전까지 독도에 대해 기술한 교과서는 제국서원뿐이었다. 내용도 ‘일본에는 다케시마와 센카쿠 제도 등 외딴섬이 있다’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검정 통과본은 모두 ‘다케시마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명시돼 있으며 교육출판의 경우 ‘한국 정부가 1952년 이후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까지 주장했다.

공민교과서 7종 역시 종전에는 독도에 관한 기술이 없는 교과서가 2종이었지만 검정 통과본은 모두 독도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교과서 점유율이 가장 높은 도쿄서적은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어 일본은 계속 항의하고 있다’고 서술했다. 또 우익 성향의 이쿠호샤(育鵬社)와 지유사(自由社)는 각각 ‘국제법상 근거 없는 불법점거’ ‘역사적 국제법적으로 (일본의) 고유 영토이나 한국이 불법 점거’라고 표현하고 두 교과서 모두 ‘국제사법재판소에 (중재를) 부탁할 것을 제안했으나 한국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기술했다.

○ 객관성 잃은 역사 기술

검정 통과본 역사교과서는 한반도와 관련된 고대사와 근현대사 관련 역사서술에서도 왜곡된 표현이 많다. 지유샤와 이쿠호샤, 도쿄서적은 삼국시대를 설명하면서 검증되지 않은 임나일본부설을 주장했다. 임나일본부설은 일본의 야마토(大和)왜가 한반도 남부지역에 진출해 가야지방에 ‘일본부(日本府)’라는 기관을 두고 직접 지배했다는 주장이다.

한국에 대한 강제병합 과정이나 강제동원 및 황민화 정책에 대해서도 편협한 우익 사관을 드러냈다. 이쿠호샤는 1882년 임오군란 직전의 상황을 ‘조선에는 일본을 따라 근대화를 추진하려는 독립당과 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는 사대당이 대립해…’라고 적었다. 마치 당시에 일본을 따르는 게 절대선인 것처럼 표현한 아전인수식 역사 해석이다.

지유샤도 강제동원과 관련해 종전에는 ‘조선과 타이완’이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으나 검정 통과본에서는 이를 삭제했다. 이와 함께 교육출판사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많은 조선인 여성 등도 공장 등에 보내졌다’며 일본군으로부터 성적 피해를 당한 위안부를 군수공장에 징용된 정신근로대와 뒤섞어 애매하게 표현했다. 그나마 지유샤와 이쿠호샤는 위안부에 대한 기술이 전혀 나와 있지 않다.

○ 개악 교과서 검정 나오기까지

일본 중학교 교과서가 이처럼 일거에 우익적 색채를 띠게 된 것은 2008년 개정된 중학교 학습지도요령과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때문이다. 교과서를 만드는 출판사들은 4년마다 교과서로 적합한지를 검정 받는다. 내년부터 쓰일 새 교과서는 2008년 개정된 학습지도요령 등을 따라야 한다. 새 학습지도요령은 러시아와 분쟁중인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독도에 대해서도 영토권을 강력히 주장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번에 개악된 사회과 교과서는 지난해 4월 각 출판사가 일본 정부에 검정 신청을 한 이후 1년 동안 검정조사심의회의 심사를 받아 왔다. 30명으로 구성되는 심의회에는 과거엔 정부 관계자도 참여했으나 이번부터 모두 민간인으로 채우도록 규정이 바뀌었다. 또 심의위원의 실명과 심의과정을 향후 모두 공개하도록 함으로써 정부의 ‘협조 개입’ 여지를 없앴다는 게 일본 정부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하고 검정제도 자체를 바꿔놓고 “제도가 바뀌어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고 둘러대고 있는 것에 대해 앞뒤가 맞지 않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일본의 ‘왜곡 교과서’는 2017년까지 매년 나온다. 올해 중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한 데 이어 2012년과 2013년에는 2개년에 걸쳐 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나온다. 2010년 3월에는 초등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를 발표했다. 이어 2014년에는 다시 초등학교 교과서의 검정 결과가 다시 발표되고 2015년 중학교, 2016∼2017년 고등학교 교과서도 새로 검정을 받는다. 2018년부터는 통상 10년 주기로 개정하는 ‘학습지도요령 해설서’가 새로 만들어질 예정이어서 일본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거의 매년 일본의 ‘왜곡 교과서’ 파동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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