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동상제작 이태호 경희대교수 “故 한주호준위 군인정신 영원히 기억되길…”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고 한주호 준위의 군인정신을 국민이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30일 제막식을 갖는 한 준위 동상 제작 총감독을 맡은 이태호 경희대 미대 교수(59·사진)는 “나도 해군 출신”이라며 “고인의 군인정신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 준위 동상은 현재 마무리 단계이며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양공원에서 제막식을 앞두고 동상 주변 조경 작업 등이 한창이다.

○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교정에서 만난 이 교수는 입술이 온통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는 “창원시를 하도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상 제작 총괄을 맡게 된 이후부터 30여 차례 넘게 서울과 작업실인 경기 고양시, 동상이 제작될 창원시를 오갔다.

이 교수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한 준위의 군인정신과 그가 소속했던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의 부대정신인 ‘희생 명예 단결’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느냐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마침 이 교수도 해군 학사장교 시절 진해(현 창원시)에서 복무한 바 있어 희생된 해군 장병들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군이 지난해 12월 동상 제작자 모집 공고를 내자마자 지원했다. 하지만 제작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포즈를 생각했지만 적극적인 군인정신을 담아내기에는 뭔가 미흡했다. 오랜 고민 끝에 최종 낙점된 것은 이 교수가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을 보고 영감을 얻어 구상한 장면. 한 준위가 육지로 상륙하는 고무보트 위에서 잠수복을 입은 채 총을 든 포즈다. 창원 해양공원에 설치되는 한 준위의 동상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마치 해안가로 침투하는 적들을 막아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몸은 비록 죽었지만 하늘에서도 나라를 지키는 참된 군인정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양공원에서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한주호 준위 동상. 이태호 교수 제공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양공원에서 마무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한주호 준위 동상. 이태호 교수 제공
○ “수많은 전우가 기억했으면…”

해양공원에 조성될 한 준위 동상은 30일 제막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3.5m 높이 동상 뒤편에는 5.5m 높이의 기념탑이 들어선다. 탑 윗부분에는 꺼지지 않는 횃불을 표현하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설치됐고 탑 앞뒤 면에는 각각 UDT 부대 정신인 ‘불가능은 없다’와 ‘희생 명예 단결’이라는 글씨를 새겨 넣었다. 기념탑 좌우편 석상에는 대한민국 해군 한주호 준위의 약력과 생전 사진이 기록됐다. 이 교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던 2월경 고양시 작업실로 한 준위 유가족을 초청했다. 이 교수는 “한 준위 부인과 딸이 한참 동안 동상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긴 듯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경석 기자 coolup@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