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제막식을 갖는 한 준위 동상 제작 총감독을 맡은 이태호 경희대 미대 교수(59·사진)는 “나도 해군 출신”이라며 “고인의 군인정신을 어떻게 하면 가장 잘 표현할 수 있을지 잠을 설쳐가며 고민했다”고 말했다. 한 준위 동상은 현재 마무리 단계이며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양공원에서 제막식을 앞두고 동상 주변 조경 작업 등이 한창이다.
○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는 마음을 그리고 싶었다”
2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경희대 교정에서 만난 이 교수는 입술이 온통 부풀어 올라 있었다. 그는 “창원시를 하도 많이 왔다 갔다 하면서 잠도 제대로 못 자서 그런가 보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해 12월 동상 제작 총괄을 맡게 된 이후부터 30여 차례 넘게 서울과 작업실인 경기 고양시, 동상이 제작될 창원시를 오갔다.
이 교수가 가장 고민한 부분은 한 준위의 군인정신과 그가 소속했던 해군 특수전여단 수중파괴대(UDT)의 부대정신인 ‘희생 명예 단결’을 어떻게 하면 최대한 부각할 수 있느냐는 것.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마침 이 교수도 해군 학사장교 시절 진해(현 창원시)에서 복무한 바 있어 희생된 해군 장병들의 마음을 잘 표현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해군이 지난해 12월 동상 제작자 모집 공고를 내자마자 지원했다. 하지만 제작은 쉽지 않았다. 여러 가지 포즈를 생각했지만 적극적인 군인정신을 담아내기에는 뭔가 미흡했다. 오랜 고민 끝에 최종 낙점된 것은 이 교수가 소말리아 해적 소탕 작전을 보고 영감을 얻어 구상한 장면. 한 준위가 육지로 상륙하는 고무보트 위에서 잠수복을 입은 채 총을 든 포즈다. 창원 해양공원에 설치되는 한 준위의 동상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어 마치 해안가로 침투하는 적들을 막아내는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몸은 비록 죽었지만 하늘에서도 나라를 지키는 참된 군인정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 “수많은 전우가 기억했으면…”
해양공원에 조성될 한 준위 동상은 30일 제막식을 갖고 시민들에게 공개된다. 3.5m 높이 동상 뒤편에는 5.5m 높이의 기념탑이 들어선다. 탑 윗부분에는 꺼지지 않는 횃불을 표현하기 위해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이 설치됐고 탑 앞뒤 면에는 각각 UDT 부대 정신인 ‘불가능은 없다’와 ‘희생 명예 단결’이라는 글씨를 새겨 넣었다. 기념탑 좌우편 석상에는 대한민국 해군 한주호 준위의 약력과 생전 사진이 기록됐다. 이 교수는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던 2월경 고양시 작업실로 한 준위 유가족을 초청했다. 이 교수는 “한 준위 부인과 딸이 한참 동안 동상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긴 듯 말을 잇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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