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김선명 병장에게 아버지 김호엽 씨(51)가

  • Array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비석이라도 만져야 맘 놓여

선명아, 너를 떠나보내고 아버지는 한 달에 2, 3번 현충원을 찾는다. 경북 성주에서 차로 2∼3시간 걸리지만, 비석이라도 잠깐 만져야 마음이 놓이는 걸 어쩌겠니. 사건이 발생한 지 음력으로 딱 1년 되는 날인 14일(음력 2월 10일), 아버지는 평택 2함대 사령부에 다녀왔다. 네가 간 후로 평택이나 백령도 쪽은 쳐다보지도 않았어. 그곳에는 너의 고통이 고스란히 담겨 있더구나. 아버지는 요즘도 군복 입은 청년들만 보면 네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 고마운 네 군 동기들, 친구들은 요즘도 자주 전화하고 안부를 묻는다. 직접 찾아와서 인사하는 아이들도 있고 말이야. 얼마 전에는 최원일 함장께서도 전화 주셨다. 네가 아버지처럼 따르던 분이지. 원망하는 마음은 없지만 전화를 받고 네 생각 때문에 한참이나 주저앉아 있었단다. 내 앞에서 선명이 이야기를 안 하려고 애쓰는 친척이나 친구들의 배려를 접할 때마다 고마운 한편 그 배려가 미안하다.

(김 병장=21, 경북 성주, 아버지, 2남 1녀 중 첫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