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1년/유족이 하늘에 보내는 편지]故 장진선 중사에게 아버지 장만수 씨(53)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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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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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히 네 옷 펼쳤다가 갰다가

지난해 11월에 제주 앞바다에서 해군 고속정이 어선과 충돌해 해군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어. 천안함 46용사 유족들도 사망한 해군 유족을 위로하기 위해 제주도에 갔었다. 그런데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기분이 들더라. 네가 사고로 떠나기 얼마 전에도 네 엄마하고 제주도에 갔었잖아. 네가 “이 돈으로 제주도 여행 다녀오세요”라며 150만 원 줬던 거 기억나지? 그래서 정말 즐겁게 다녀왔던 제주도였는데 이번에는 너도 잃고 너 같은 다른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 찾게 됐으니…. 같은 장소가 그렇게 다르게 보일 수 없었다. 네 엄마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널 만나러 가면 눈물만 흘리고 있다. 평소에도 뜬금없이 네 방을 청소하고는 옷가지를 펼쳤다가 개는 걸 반복하고 그래. 나도 네가 생각날 때마다 친구들하고 술 한잔 하는 걸로 잊어보려고 하는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네. 나나 네 엄마나 말로는 ‘잊었다 잊었다’ 하지만 어떻게 완전히 잊을 수 있겠어. 가슴 한쪽에 평생 묻고 살아야겠지.

(장 중사=22, 강원 동해, 부모, 1남 1녀 중 첫째·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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